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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국은 아직 멀었다” 오마에 겐이치 독설 … 지금은 뭐라고 할까

중앙일보 2012.04.11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본의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겸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69)를 도쿄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7년 전이다. 두 시간 동안 거침없이 물었고, 그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의를 표하자 그는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당신도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했다. 서로가 만족한 인터뷰 아니었나 싶다.



 온갖 질문을 다했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삼성전자와 소니에 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순익이 이미 소니를 앞질렀을 때였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에 대해 장황한 독설을 늘어놓는 데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두 회사의 성적표를 들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의 성공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를 한국기업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해괴한 답변이 돌아왔다. 삼성전자는 외양만 한국기업이지 실은 일본기업의 강점과 장점을 철저히 내화(內化)해 자기 것으로 만든 사실상의 일본기업이란 논리였다. 삼성전자는 일본이란 모체와 탯줄로 연결돼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삼성전자는 한국에서 일본 제품의 최대 수입자이며 핵심부품과 장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소니가 1만 명을 연내 감원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 세계 소니 임직원의 6%를 잘라내는 셈이다. 지난해 소니는 5200억 엔(약 7조3000억원)의 적자를 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 결국 인력까지 줄이는 것이다. 전기·전자 부문에서 세계 최대기업이 된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만 5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전년 동기보다 97% 늘어난 액수다. 오마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지금도 “한국은 아직 멀었다”며 독설을 계속할까.



 일본 사회가 활력을 잃었다지만 지금도 일본은 한국보다 몇 수 앞선 선진국이다. 정치가 받쳐 주지 못해서 그렇지 경제대국, 문화대국으로서의 저력은 여전하다. 일본에 가서 며칠만 지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얼마 전 이 자리에서 언급했지만 일본 사회에서 ‘하산론’과 ‘성장론’이 충돌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일본 사회가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순경(順境)을 만났다고 좋아할 것도 없고, 역경(逆境) 앞에서 낙담할 것도 없다. 삼성전자가 지금 잘나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니가 지금 죽을 쑤고 있다고 계속 그러리란 보장도 없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각자 제자리에서 자기 본분과 소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인은 정도를 걸으며 열심히 돈을 벌고, 정치인은 자신보다 국민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 일은 소홀히 하면서 엉뚱한 데 신경 쓸 때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 세상에선 그러다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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