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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⑪ 코미디 전용극장 ‘철가방’ 차린 개그맨 전유성

중앙일보 2012.04.06 04:25 Week& 7면 지면보기
개그맨 전유성씨가 ‘철가방극장’ 무대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무대 뒤 배경이 열리자 아늑한 성곡리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나타났다.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청도 놀러오세요, 코미디가 지역특산품입니다

청도는 대구 옆에 있는 경상북도의 외진 고을이다. 인구 5만 명 남짓의 청도가 팔도에 이름을 알린 건 소싸움 축제 덕분이었다. 청도 하면 소싸움이 먼저 떠오를 만큼 청도의 대표상품이 됐다. 이런 청도에 최근 새 명물이 떠올랐다. 개그맨 전유성(63)씨가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코미디 전용극장 ‘철가방극장’이다. 철가방극장은 한 인터넷 티켓 예매사이트에서 30주 연속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 한복판도 아닌 경상도 작은 마을의 소극장이 일군 작은 기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고 공개방송 형식의 코미디 ‘개그콘서트’를 기획한 전유성씨의 철가방극장을 찾아갔다.



글=홍지연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2시 공연을 앞둔 시각. 철가방극장 안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연기호흡을 맞춰보는 아마추어 개그맨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고 소품을 나르는 발길도 부산했다. 전유성씨는 공연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마지막 확인 작업 중이었다. 그는 “조명하는 친구가 지난주에 새로 와서 아직 서툴다”며 직접 조명을 점검했다.



 -평일인데도 객석이 꽉 찼어요.



 “평일이고 주말이고 많이들 찾아주세요. 지난해에만 2만2500명이 오셨어요. 5월에 개장했으니 8개월 만에 거둔 성과이지요.”



 극장에는 모두 40석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보조의자 12개를 더 넣어 최대 52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상설공연도 요즘엔 100석 채우기가 힘든 형편이라는데 이 구석진 시골마을의 극장은 날마다 매진 사례였다. 철가방극장을 찾아간 날도 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대여섯 명은 됐다.



 -인기비결이 뭘까요.



 “재미있으니까. 일단 신기한 거죠. 전유성이 코미디 극장을 열었다는데 한번 구경 가보자 해서 찾아오시다가 재밌으니까 입소문도 나고…. 지방에서 공연 같은 거 보기 힘들잖아요. 개그콘서트 같은 공개코미디가 인기를 끌면서 관심도 높아졌죠.”



 공연시간은 90분. 전씨가 운영하는 개그맨 육성 프로그램 ‘코미디시장’ 단원 20명이 무대에 올라 4∼5분짜리 콩트 16∼18개 정도를 선보인다. 일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식이다.



 -굳이 청도까지 내려온 이유가 뭔가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원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대구에 자주 갔는데 오가는 길에 청도에 들렀다가 폐건물을 보게 됐어요. 옛날 예배당이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냉큼 샀습니다. 2007년 겨울 청도에 정착했고 이듬해 카페 레스토랑 ‘니가쏘다쩨’를 개업했죠. 그러다 2009년 말복에 애완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회 ‘개나소나 콘서트’를 열었는데 이게 반응이 좋았어요. 여기 성곡리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달라고 해서 코미디 극장을 짓자고 제안했습니다.”



 -철가방을 테마로 한 이유는요.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코미디 공연을 배달해준다는 의미예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철가방극장 때문에 힘들거나 하는 건 없었어요. 그토록 원하던 코미디 전용관이었으니까요. 정말 기뻤죠. 단원들도 마찬가지예요. 넉넉하지 않을 뿐이죠. 공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소품이나 조명장치를 보완하고 싶은데 여유가 없으니 재투자를 많이 못하는 게 아쉽죠.”



 청도를 택한 데 별 이유는 없다고 특유의 심드렁한 말투로 답을 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청도는 전유성씨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됐다. 이제 청도는 전유성씨에게 단순한 시골마을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는 바로 그 장소다. 그래서인지 청도에 대한 남다른 애정 같은 게 묻어나왔다.



 -청도 자랑 좀 해주세요.



 “감이죠, 감. 봄에는 미나리고. 전국 어딜 가서 이런 봄 미나리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이 제철이니까 꼭 드시고 가세요. 소싸움 축제도 유명하죠.”



철가방극장
 전유성씨 덕분에 청도는 코미디를 테마로 지역문화 특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문화사업이 두 개나 있다. 청도군은 코미디극장이 인기를 끌자 아예 청도를 대한민국 코미디 수도로 만들자며 코미디 박물관 설립을 제안한 상태다.



 그가 발견한 18㎞ 길이의 탐방로 ‘몰래길’은 2012년 행정안전기획부가 선정하는 ‘우리마을 녹색길 공모사업’에 뽑혔다. 전유성씨는 청도의 자랑거리로 감과 미나리, 그리고 소싸움 축제를 꼽았지만 그 덕분에 청도는 코미디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미디도 어엿한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전유성 1949년 서울 출생. 1969년 콩트 대본을 쓰면서 방송에 진출했다. 그 후 광고카피라이터, 연극 연출자, 방송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다 2007년 방송에서 은퇴했다. 현재 경북 청도에 머물면서 국내 최초 코미디 전용극장 ‘철가방극장’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후배 개그맨을 양성하고 있다. 공연 예매는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7700원. 화·수·목·금요일 오후 2시, 토·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5시. 02-703-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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