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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부교육 받은 상당수 뜻밖의 화해

중앙일보 2012.04.06 03:40 1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소정]
가사전문변호사로서 평소 수많은 부부의 이혼소송을 진행하며 그들의 혼인생활 중 잘잘못을 들추고 따지느라 여념이 없는 필자 본인은 정작 어떤 혼인생활을 하고 있을까? 치열하게 남편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행여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을까 언행을 조심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주변의 기대와 달리 필자는 사소한 일에도 ‘수고했다. 장하다’며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남편 덕에 집에 가는 순간 순하디 순한 한 마리의 양이 된다.(믿거나 말거나)



필자의 생각에 위와 같은 필자 가정의 평화는 본래 자상한 남편의 성품 덕도 있겠지만, 그보다 부부 쌍방의 끊임없는 학습의지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즉, 필자는 이혼소송을 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부상담 혹은 교육 등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것이 어느새 남편에게까지 전파돼 결혼 초부터 부부가 함께 틈틈이 텔레비전 혹은 각종 상담소의 ‘부부특강’을 수강하는 등 끊임없는 부부교육을 받게 됐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며 상대방의 생각을 추단했던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됐고 차츰 가정 내에서 부부 각자의 역할과 그 차이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면서 가정이 더욱 윤택하고 편안해진 것이다.



필자가 감히 수십 년을 함께 하다 이혼 소송까지 하게 된 부부의 구구절절한 속사정을 어찌 속단할 수 있겠냐마는, 대부분 부부불화의 시작 혹은 원인은 서로의 입장이나 그 차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인 듯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것은 평소 아주 최소한의 부부교육을 통해서도 충분히 습득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필자는 일단 성격차이 등을 이유로 이혼상담을 청하는 의뢰인에게는 반드시 ‘부부상담’ 혹은 ‘부부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확인해 적극추천하고 간혹 이혼소송 중에도 당사자들의 의사를 확인해 법원에 부부상담을 신청하고, 연계기관에서 상담이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꼭 이혼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은 물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혼을 하더라도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이 경우 뜻밖에 화해가 이뤄지거나 원만히 합의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솔직히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평생 한번 쓸까 말까 하는 그 어려운 수학, 과학에는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정작 평생 함께 할 부부, 가족관계는 거저 이뤄지는 것 인양 노력은 커녕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않으니 부부불화 내지 가정불화가 없다는 것이 더 신기할 노릇이다. 갈수록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돈보다 가족과의 여가시간 확보가 강조될 만큼 가정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가정의 중심은 단연코 ‘부부’다. ‘가정’에서의 성공이 진정한 성공이며, 가정의 붕괴 앞에 개인의 성공은 아무 의미 없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가정에서의 성공은 사회적인 성공만큼 엄청난 시간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단지 뉴스와 연속극 보는 시간을 조금씩만 줄여 ‘부부특강’을 곁눈질하거나 주변 상담소의 프로그램에 부부가 함께 참여해보고 거기서 보고 배운 대로 흉내내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유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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