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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혼자 남은 캡틴 박지은, 게임은 이제부터

중앙일보 2012.04.06 00:48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지은 9단
박지은 9단이 혼자 중국으로 떠났다. 한·중·일 여자 단체전인 제2회 황룡사 쌍등배는 각 나라 5명이 출전하는 대회. 그러나 한국은 최정-이슬아-박지연-김혜민까지 4명이 단 한 판도 건지지 못하고 탈락했다. 중국 신예 왕천싱(21) 2단이 파죽의 6연승으로 1차전(2월 1∼7일)을 휩쓰는 바람에 한국은 주장 박지은만 남은 것이다. 일본은 씨에이민과 만나미 나오 두 명, 중국은 왕천싱 외에도 루이나이웨이와 탕이, 리허, 위즈잉까지 5명이 고스란히 생존해 있다. 중국의 우승은 거의 결정적이며 박지은은 첩첩산중에 고립무원의 처지다. 그러나 박지은은 “한번 해봐야죠” 하며 조용히 웃었다. 왕천싱의 연승행진을 저지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박지은은 놀랍게도 ‘6연승 우승’이란 꿈을 꾸고 있다. 왕천싱은 6일 일본의 만나미 나오 2단과 대결하는데 이길 가능성이 높다. 박지은은 이 판의 승자와 7일 대결하고 이때부터 6명을 모조리 이기면 한국 우승이다.


황룡사 쌍등배 한국팀 유일 생존
6연승 왕천싱과 대결 가능성 커
일본 2명, 중국은 5명 모두 남아
“6연승 역전승, 한번 해봐야죠”

 적수들의 면면을 볼 때 기적 같은 일이지만 박지은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박지은 9단은 세계무대에서 ‘여제’ 루이나이웨이 9단과 쌍벽이다. 루이는 7회 우승했고 박지은은 5회 우승했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현역 여자선수는 한·중·일을 통틀어 이 두 사람뿐이다. 83년생인 박지은은 2004년에 세계대회 첫 우승을 따냈고 2008년엔 결승에서 루이를 꺾고 우승하며 한국 여자바둑에선 최초로 ‘9단’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세계대회 중 유일한 여자 개인전인 궁륭산병성배에서는 지난 2연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 대표 중 한 명인 탕이(24) 2단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선수 중 루이와 탕이를 빼면 또 한 명의 강자는 올해 BC카드배에서 남자들의 숲을 뚫고 64강까지 오른 리허(20) 3단이다. 물론 일본 여자바둑을 통일한 씨에이민 6단도 강하고 이름도 처음 듣는 위즈잉(15) 2단도 나이로 볼 때 골치 아픈 복병임에 틀림없다.



이 모두를 돌파하면 박지은은 생애 최고의 멋진 역전 드라마를 이루게 된다. 박지은은 이미 2년 전 단체전인 정관장배에서 막판 4연승으로 역전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다.



 박지은은 몸이 초등학생처럼 작고 손은 더욱 작아 아기 손 같다. 하지만 담력은 천하 제일이어서 바둑 스타일도 매우 공격적이다. 그 작은 손으로 19세 때인 2002년 도요타덴소배 세계대회에서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을 격파해 세상을 놀라게 했고 황제 조훈현 9단에겐 생애 3전 3승이다. 남녀 성대결인 지지옥션배 최종전에서 조훈현 9단을 두 번이나 꺾고 여자 팀에 우승을 안겨준 경력이 있다.



 황룡사 쌍등배는 중국 청나라 때의 전설적 고수 황룡사의 고향인 장쑤성 장옌시 인민정부와 지역 기업인 쌍등그룹이 만든 대회다. ‘체력 부족’의 고충 속에서도 특유의 집중력으로 세계 여자바둑을 제패해 온 박지은 9단은 5일 장옌시로 떠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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