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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사냥꾼과 조폭

중앙일보 2012.04.06 00:38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차장
총기의 소지나 사용은 엄격하게 규제된다. 사냥용 엽총의 경우도 관할 경찰에 맡겨두고 수렵 허용 때만 사용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선량한 시민이 허가받은 총기를 챙겨 사냥터로 떠난다고 불안에 떨 이웃은 없다. 하지만 조폭(組暴)이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같은 총이라도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응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북한을 보면 총을 차고 다시 나타난 조폭을 떠올리게 된다. 2009년 봄 2차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뒤흔든 지 꼭 3년 만이다. 이르면 12일 쏘겠다고 예고한 발사체를 두고 북한은 실용위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인공위성을 가장한 탄도미사일이라고 본다. 사냥총(인공위성)이라고 내세우지만 머지않아 인명살상용 총기(미사일)로 둔갑시킬 것이라는 판단이다.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모두 운반체는 로켓을 이용한다는 점을 북한이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평화적 우주공간 이용을 위한 위성발사’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광명성 3호’(Bright Star-3)의 무게가 100㎏이고 수명이 2년이란 북한 발표는 의문을 남긴다. 실용위성은 500㎏에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소형 실험 위성을 쏘아 올리려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발사체를 사용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백보를 양보해 북한이 쏘아 올릴 게 인공위성이라 해도 이는 2009년 6월 유엔안보리가 내놓은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 위반이다. 결의안이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에는 당연히 인공위성도 포함된다는 점에서다. 든든한 후견국 중국이 최근 북한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이번 발사 이벤트는 체제결속을 통해 김정은의 후계권력을 다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낡은 미사일·핵 카드가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김일성 출생 100년을 맞는 올해를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만들겠다던 구상은 공(空)수표가 됐다. 식량난까지 더해지면 주민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8억 달러로 추산되는 발사 비용은 식량 230만t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미국과의 2·29 합의 일방 파기로 영유아에게 줄 24만t의 영양식품 원조도 물거품이 됐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도중하차할 수는 없다. 자칫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식으로 새 지도자의 스타일을 구길 게 뻔하다. 북한은 위성발사임을 입증하겠다며 외국 참관단까지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1998년 8월 첫 로켓 발사 때 북한의 어설픈 거짓말을 기억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고도 북한은 이를 감추려 우주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인공위성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전송돼 오고 있다고 선전했다. 이제 북한에 필요한 건 조폭의 입이 아니라 사냥꾼의 행동, 즉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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