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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 컬렉션으로 보는 2012 봄 트렌드

중앙일보 2012.04.03 11:02
1. 화사한 컬러, 화려한 패턴들로 꾸며진 봄옷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은 스트라이프 패턴을 키워드로 내세운 펜디의 2012년 SS 컬렉션. 2. 봄여름 시즌에 빼놓을 수 없는 로맨틱한 도트 패턴은 가방에도 등장했다. 펜디는 가방에 동그란 홈을 파거나 컬러풀한 스터드를 박아 도트 느낌을 살렸다. 3. 펜디의 이번 컬렉션은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폰티의 얇고 섬세한 선은 구두굽의 형태와 디자인에도 등장한다.
 여성의 옷에 봄이 찾아왔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파스텔컬러가 어김없이 봄여름 패션을 장악했고, 클래식한 스트라이프와 로맨틱한 도트 패턴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스커트·팔찌·구두 굽…올 키워드는 시크한 줄무늬

 디자이너들의 컬렉션도 봄과 여름을 알리는 각종 모티프로 화려하다. 바다를 테마로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런던 올림픽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스포티즘에 열광한 브랜드도 눈에 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갔음을 알리는 봄의 향연이다.



 펜디의 컬렉션도 봄의 향연에 동참했다. 화이트와 베이지, 스카이블루 같이 부드러운 색감들이 옷을 화사하게 물들였다. 인상적인 것은 남성적인 매니시한 감성과 여성스러운 키워드가 적절히 조화됐다는 점이다. 남성의 셔츠에서 영감을 받은 매니시한 셔츠를 선보인 동시에 실크·코튼 소재의 스커트, 드레스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펜디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스트라이프’ 패턴이다. 1950년대 이탈리아의 건축가인 지오 폰티에게서 영감을 받은 클래식하면서 시크한 줄무늬가 스커트와 트렌치코트, 팔찌와 구두 굽에 디자인됐다. 펜디 컬렉션을 통해 2012년 봄여름 시즌 트렌드의 키워드를 꼽아봤다.



지오 폰티에 영감 받아 ‘페퀸 스트라이프’ 재해석



 사실 스트라이프와 플라워 패턴은 봄여름 시즌 컬렉션마다 빠지지 않는, 패션의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번 시즌에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스트라이프와 플라워 패턴을 선보였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스트라이프다.



 펜디의 경우 페퀸(pequin) 스트라이프를 재해석했다. 페퀸은 펜디를 대표하는 스트라이프 패턴의 이름이다. 펜디를 상징하는 더블 ‘F’ 로고의 색깔과 똑같은 다크 브라운과 블랙 컬러를 반복해 줄무늬로 구성했다. 로고는 보이지 않고 컬러만 반복한 형태이며 줄무늬가 굵은 것이 특징이다.



 새롭게 등장한 펜디 페퀸은 예전과 달리 컬러풀해졌고 줄무늬도 얇아졌다. 얇은 줄무늬는 1950년대 활동한 이탈리아의 건축가 지오 폰티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오 폰티는 20세기 이탈리아 건축과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건축가다. 밀라노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건축 외에도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디스플레이처럼 다양한 디자인 학문에 종사했다.



 폰티가 건축한 건축물이나 가구를 보면 그의 선이 얇고 정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58년 완공된 밀라노의 피렐리 타워도 직선이 두드러진 다이아몬드 모양의 건물이다. 32층 높이의 건물이지만 날렵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피렐리 타워는 당시 밀라노 경제 붐의 상징이었다.



 폰티의 정교한 선에서 영감을 받은 페퀸 스트라이프는 스커트나 트렌치코트 같은 옷은 물론이고 가방과 팔찌, 구두의 뒷 굽에도 등장한다. 심지어 컬렉션이 올려지는 런웨이 무대 바닥에도 눈금처럼 얇은 선을 채워 폰티의 건축미를 강조했다.



 기존의 페퀸보다 얇게 선보인 줄무늬는 봄여름 시즌의 가벼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색깔도 블랙 같은 모노톤 대신 화이트와 레드, 혹은 화이트와 블루를 조합했다. 팔찌나 구두, 가방 같은 액세서리에 들어가는 스트라이프의 컬러는 더 화려하고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셔츠의 남성미, 디테일의 여성미 살린 실크 소재



 폰티의 건축적인 구조는 옷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성의 셔츠에서 영감을 받은 깔끔한 선과 디테일의 여성 셔츠가 그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매니시한 분위기를 살렸지만 셔츠의 칼라는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했다.



 소재는 코튼과 실크를 혼합한 것이 많이 사용됐다. 남성적인 셔츠의 느낌, 자수 디테일의 여성적인 느낌을 모두 잘 표현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극대화하는 스커트와 드레스에는 실크 소재가 많았다. 또 린넨과 실크의 혼합 소재는 이번 시즌의 메인 아이템인 스트라이프 패턴을 표현하는데 주로 사용됐다.



휴가철 분위기 연상케 하는 화사한 가방·엑세서리



 봄여름 시즌답게 액세서리의 컬러는 화사한 것이 특징이다. 그중 펜디의 새로운 가방들은 하나같이 한가로운 휴가철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실비아벤추리니 펜디는 피크닉 박스와 여자들이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또 다른 가방인 ‘백인백(bag-in-bag)’에서 디자인 요소를 발견했다.



 가방의 소재도 한 가지 이상이 사용되고 있다. 버팔로, 크로커다일, 대나무와 비즈, 자수 같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여러 개 섞이며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냈다. 또한 폰티의 건축적인 구조는 가방의 컬러풀한 스터드 장식과 도트 무늬에도 등장했다.



 폰티의 건축미는 구두에도 적용됐다. 가죽과 퍼, 새틴처럼 서로 다른 소재를 믹스해 스트라이프 모양이 연출되는 구두다. 구두 굽은 폰티의 건축물처럼 날렵한 선으로 만들어졌고 굽에는 얇은 스트라이프 장식을 새겨 유머와 우아함을 더했다.



<이세라 기자 slwich@joongang.co.kr/사진=펜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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