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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구두 vs 이탈리아 구두’

중앙일보 2012.04.03 11:01



견고한 내구성이냐, 부드러운 착용감이냐

안개 자욱한 거리, 트렌치코트를 입고 뚜벅뚜벅 묵직한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남자가 있다. 발이 무거운 이 남자, 영국남자다. 자세히 보니 그 옆에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입은 남자도 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용히 다가오는 그 남자, 이탈리아 남자다. 무거운 영국남자와 가벼운 이탈리아 남자, 그 둘의 차이가 궁금하다.



두 나라 날씨 따라 가죽부터 외양까지 달라



 영국 구두는 이탈리아 구두에 비해 가죽과 밑창이 두껍고 견고하다. 날씨 탓이다. 영국은 비가 자주 내리고 습기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런 날씨는 구두 제작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국의 구두 장인들은 내구성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습기에 가죽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결과, 전통적인 영국식 구두는 특유의 투박함과 묵직함을 지니게 됐다. 처음 신었을 때 발이 아프고 걷는 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가죽이 딱딱한데다 전체적인 중량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지기까지 한두 달 정도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두의 앞코길이가 짧고 모양은 둥근 편이다.



 온화하고 습도가 적은 이탈리아에는 가죽이 얇고 무게가 가벼운 구두가 많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구두편집매장 메이페어 바이어 박철희 과장은 “이탈리아 구두는 영국 구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구성은 약하지만 구두가 금방 발 모양에 맞게 자리 잡고 착화감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얇은 가죽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염색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가죽이 얇을수록 염료가 잘 스며들어 색의 맛을 살리기 좋다. 블랙이나 브라운처럼 클래식한 원톤의 구두가 주를 이루는 영국과 달리 이탈리아에는 다양한 색을 입힌 구두가 많다. 맨 처음에 브라운을 입히고 그 위에 그레이, 마지막으로 블루를 입히는 식이다. 그라데이션 기법을 사용해 앞코에서부터 서서히 색상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탈리아인의 자유로운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외양은 대체로 날렵한 편이다. 폭이 좁고 길게 빠진 코가 특징이다.



영국 굿이어웰트, 이탈리아는 블레이크 공법



 영국 구두와 이탈리아 구두는 제작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굿이어 웰트(Goodyear Welt) 공법을 선호한다. 구두 바깥쪽 가죽(upper)과 안창(insole)을 함께 꿰매고 거기에 구두 바닥창(outsole)을 다시 꿰매 붙이는 방식이다. 바닥창이 닳으면 분리해서 새 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 구두편집매장 유니페어의 강재영 대표이사는 “굿이어 웰트 공법으로 제작하려면 가죽을 여러 번 꿰매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튼튼하고 질긴 가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영국의 특수한 기후와 이런 제작 공법 때문에 견고한 구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리에서는 블레이크(Blake) 공법을 주로 사용한다. 어퍼와 인솔, 아웃솔을 한 번에 꿰매는 방식이다. 바느질 횟수가 적어 가죽이 얇아도 제작이 가능하다. 가죽이 얇으니 비싸지 않다. 제작 공법도 간단해서 비용이 많이 들 이유가 없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전부터 구두가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이유다.

 

키 작으면 두께감 느껴지는 구두 어울려



 이쯤 되면 나에게 잘 맞는 구두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강 이사는 “튼튼하고 기본에 충실한 구두를 찾는다면 영국 구두를, 부드러운 착용감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이탈리아 구두를 시도해보라”고 말한다. 체형에 따라서도 어울리는 구두가 달라진다.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두께감이 느껴지는 구두가, 키가 큰 사람에게는 얇고 긴 구두가 잘 어울린다. 구두는 룩을 완성시켜주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구두 하나로 전체적인 이미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 지나치게 뾰족한 구두를 신고 가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이다. 스타일을 글로만 배울 수는 없는 법. 영국 구두와 이탈리아 구두에 대한 감이 온다면 직접 부딪쳐 보자.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보다 보면 내가 무거운 남자인지 가벼운 남자인지 답이 나온다.



앞코 뾰족할수록 하의 밑단 좁게 입어야



 구두의 특징에 따라 어울리는 룩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패션 전문가들은 대개 앞코가 뾰족할수록 하의 밑단을 좁게, 둥글수록 넓게 입는 것을 추천한다. 클래식 슈트를 기준으로 밑단 너비를 영국에서는 23cm, 이탈리아에서는 18~20cm가 적당하다고 본다. 면바지나 청바지처럼 캐주얼한 바지는 개인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입어도 상관없다.



 캐주얼한 느낌이 강한 영국식 구두는 편하게 걸칠 수 있는 스포츠 코트나 블레이져에, 면바지나 청바지를 매치하는 게 멋스럽다. 셔츠는 물론 버튼다운이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식 구두에는 투피스 혹은 쓰리피스 슈트가 제격이다. 솔리드도 좋고 체크나 스트라이프처럼 패턴이 들어간 것도 괜찮다. 중요한 건 몸에 잘 맞는 슬림한 슈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룩을 제대로 연출하기 위해서는 소품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행커치프나 부토니에(재킷 왼쪽 컬러의 상단 구멍에 꽂는 장식)를 착용하면 클래식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룩이 완성된다. 가볍게 스카프를 하나 둘러도 멋스럽다. 이때 목을 둘둘 감는 것보다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재킷 사이로 슬쩍 보이게 하는 게 훨씬 세련돼 보인다.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사진=구두편집매장 유니페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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