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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셔츠를 고집하는 남자들

중앙일보 2012.04.03 10:58
조동희씨의 추천 매장-그가 자주 찾는 매장은 ‘고쉐(goshe)’. 2년 전, 손님이 가득 차 있는걸 보고 호기심에 들렀다가 단골이 됐다. 고쉐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조씨 역시 고쉐 이희종 대표의 조언에 따라 지난해에 처음으로 버튼다운 셔츠와 체크패턴 셔츠를 시도해 봤다. 젊어 보인다는 반응에 만족도도 높았다고 한다. 정병진씨의 추천 매장-정씨의 단골 매장은 ‘앤드류&레슬리(Andrew&Lesley)’다. 셔츠 및 의류·타이·양말 같은 소품을 함께 판매하는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해외 직수입 원단이나 소품도 취급한다. 디테일 중 ‘소매 틀어박기(소매 라인이 일반셔츠에 비해 몸의 앞쪽을 향하게 재단하는 것)’가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등판에 2줄 주름 듬직” “깃 높이 낮춰 목 시원”…몸에 맞추자 인상이 달라졌다



‘화이트 셔츠에 네이비 슈트, 적당히 광택이 도는 브라운 구두를 신은 멋진 남자’.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여기서 포인트는 ‘몸에 잘 맞는 셔츠’다. 내게 잘 어울리는, 나를 돋보이게 해 주는 셔츠가 기본이 돼야 그 위에 뭘 입어도 태가 난다. 여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맞춤셔츠를 고집한다는 두 남자가 있다.



#조동희(41) 13년 차 베테랑 직장인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은 외국계 마케팅 리서치회사, 직급은 이사다. 요즘은 신입사원을 뽑는 일까지 담당한다. “저는 한 개인이 회사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옷차림도 무시할 수는 없죠. 저 역시 빳빳하게 깃이 선, 잘 다려진 셔츠를 입은 면접자에게 눈길이 가거든요.”



 조씨는 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었다. 그가 옷차림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은 직무가 한 몫 했다. 중요한 미팅 전날에는 미리 옷을 입어봐야 마음이 놓였다. 단정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줘야 상대방이 쉽게 마음을 연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기성복 셔츠로는 100%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어깨가 넓은 편이라 셔츠 사이즈를 어깨에 맞췄었어요. 몸보다 큰 옷을 입으니 목둘레가 많이 남더라고요.” 처음엔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딱 맞는 셔츠를 입은 사람과 비교해 보니 차이가 있었다. 자신에게서 어딘지 모르게 빈틈이 느껴졌다. 얼마 뒤, 몸에 맞게 맞춘 셔츠를 입고 가니 ‘오늘따라 깔끔해 보인다’며 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목둘레를 겨우 2cm정도 줄었을 뿐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때부터 조씨의 맞춤셔츠 사랑이 시작됐다.



 그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칼라다. 아침에 빳빳하게 서 있던 깃도 오후면 힘없이 쳐지기 마련이었다. 쳐진 깃을 보면 조씨 역시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소재를 두껍게 바꿨더니 몸판과 차이가 나서 어색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2cm 정도 높이를 높여봤다. 성공이었다. 라펠 위로 올라온 깃의 면적이 넓어지니 빳빳이 선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 “이제는 늦은 시간에 미팅이 잡혀도 걱정 없다”며 웃는다.



 조씨는 뒷모습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기성복 셔츠는 일반적으로 등판에 주름이 가운데만 한 줄 잡혀있다”면서 “주름을 좌·우 두 줄 잡으면 어깨가 넓어 보여 남자답고 듬직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팔의 움직임이 좀 더 자유로워진다는 장점도 있다.



 요즘은 디테일을 바꾸는 재미에 빠졌다. 소매에 이니셜을 새겨서 나만의 셔츠를 만들기도 하고, 단추 모양을 바꾸거나 단추 구멍의 실 색상을 달리해서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가 아저씨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있단다. “흔히 말하는 ‘아저씨’ 셔츠에는 주머니가 달려있어요. 그것만 빼도 5년은 젊어 보이죠. 바꿔보면 그 차이를 아실 겁니다.”



#정병진(33) 그의 옷장에는 잠자고 있는 셔츠가 많다. “맞춰 놓고 못 입는 셔츠가 스무벌이 넘어요. 아깝기도 하죠. 하지만 제 스타일을 찾아가는 동안 풀었던 문제집이라고 생각해요. 문제집 많이 푸는 학생이 공부 잘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웃음)”



 정씨가 맞춤셔츠 세계에 입문한 건 5년 전. “기성복은 사이즈가 애매하더라고요. 95와 100, 딱 그 중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맞춤셔츠 전문점을 찾았다. 하지만 첫 셔츠부터 실패였다. 오히려 평소 입던 셔츠보다도 사이즈가 컸다. 돈만 낭비했다는 생각에 허탈했다. 돌이켜보니 귀찮은 마음에 눈짐작으로 대충 설명한 게 문제였다. 나의 ‘이만큼’이 제작자의 ‘이만큼’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 정씨는 최상의 셔츠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노라 스스로와 약속했다.



 처음엔 화이트셔츠만 소재 별로 내리 세 벌을 맞췄다. 셔츠의 기본은 화이트라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서다. 그런데 전부 실패였다. 셔츠를 입으면 얼굴만 따로 떠 있는 느낌이었다. 피부가 까만 정씨에게는 화이트가 잘 어울리지 않았던 것. 그는 “샘플 셔츠들을 최대한 많이 입어봐야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색상과 패턴을 찾을 수 있다”면서 “얼굴이 까만 사람은 화이트보다 블루가 더 세련돼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단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매장 조명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양해를 구하고 태양광 아래서 실제 색상을 확인해보는 게 좋다.



 날씬하게 보이려다 실패한 적도 있었다. 실제 몸보다 작게 맞추면 더 슬림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평소보다 타이트하게 맞춘 적이 있는데, 입을 때마다 불편해서 입지 않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는 목이 짧은 편이라 셔츠 깃이 조금만 높아도 인상이 답답해 보여요. 그걸 지난해 가을에서야 알았죠.” ‘왜 나는 셔츠가 잘 안 어울릴까’하는 생각을 한 뒤로 디테일에 하나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칼라 모양을 레귤러(칼라 각도 90도)에서 윈저(90~120도)로, 윈저에서 와이드 (140~180도)로 바꿔봤다. 칼라 끝에 굴림을 줘 보기도 했다. 하지만 별 수확 없이 다 푼 문제집만 쌓여갔다. 그러다 자주 들르던 매장 직원의 제안으로 깃 높이를 조금 낮춰봤다. 성공이었다. 보통 기본 높이가 4cm 정도인데, 거기서 1.5cm쯤 낮추니 인상이 훨씬 시원해 보였다. 그는 “첫 번째 단추를 조금 아래로 옮겨 달면 단추를 채웠을 때 답답한 게 좀 덜 해진다”면서 “칼라 안쪽에 히든 단추를 달면 깃이 펄럭이지 않아 단정해 보인다”는 말도 보탰다.



추천 맞춤셔츠 전문점·가격



● 고쉐 6만4000~19만9000원, 02-541-3588

● 앤드류앤레슬리(무교점) 6만8000~15만8000원, 02-719-7131

● 아르코발레노(을지로점) 5만~12만원, 02-2267-9711

● 새빌로우(광화문점) 5만5000~22만원, 02-730-4159

● 해밀톤(이태원점) 3만7000~5만 3000원, 02-798-5693



<나해진 기자 vatang5@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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