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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깃든 복합 문화 공간

중앙일보 2012.04.03 10:17
(왼쪽부터) 공방과 갤러리가 공존하는 ‘뜨쥬’의 패브릭 아티스트 디자이너 김주씨 . 22년 동안 놋그릇을 만들어온 장인 이경동씨와 아내 김순영씨. 카페·작업실·전시장 복합공간 ‘히든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영씨.




우리 것만큼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건 없다. 햇볕 따뜻한 한옥 마당에서 정성으로 끓인 단팥죽을 장인이 만든 놋그릇에 담아 먹는 것처럼 말이다. 마당에 있는 대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속고민까지 스러지는, 그런 평온함도 있다. 우리의 전통이 깃들어 있는 복합문화공간 세 곳을 소개한다. 보다 현대적이고 디자인적인 ‘전통’을 담은 곳들이다.



‘뜨쥬’ - 한복 원단의 이유있는 가방 변신



1. 한식 메뉴 ‘프리 스타일’ 2. 한복 원단 손가방
패브릭 아티스트 김주(37)씨가 운영하는 공방 겸 갤러리 ‘뜨쥬’에서는 한복 천으로 만든 복가방, 동백가방, 괴나리가방, 오리파우치를 만날 수 있다. 김씨가 이같은 동양적 느낌의 가방 제작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당시 홍대 놀이터에서 프리마켓의 일종인 희망시장 행사가 있었는데 김씨는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버려지는 한복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안 입는 한복을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가방에 접목을 시켜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그는 8년여 동안 한복 원단을 활용한 가방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뜨쥬는 공방과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공방에서는 한복 원단으로 만들어진 가방과, 지갑과 같은 작품이 전시된다. 공방을 들어서자마자 복주머니나 동백가방과 같은 작품들이 쇼룸에 전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방과 파우치, 지갑을 2만~20만원 선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 전통적인 느낌을 주는 한복 원단을 사용해 옛 디자인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또한 김씨는 매년마다 자신의 작품에 주제를 부여한다. 올해의 경우 ‘믹스&매치’라는 주제로, 현대 의상에서 볼 수 있는 색감에 전통 한복 원단을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공방을 많이 찾지만,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외국인들도 공방을 자주 방문한다” 고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성 작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갤러리의 경우 한 달 주기로 전시가 바뀌는데 다양한 작가의 동양화, 서양화, 도자기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공방에서 몇 블럭만 더 걸어가면 뜨쥬의 자매 격인 카페 겸 공방 ‘브뢰첸’이 있다. ‘소박한 집 밥’이라는 의미로 역시 김씨가 운영한다. 이 곳에서는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한국 전통 건강차와 수제차, 매일 다른 식단의 한식을 팔고 있다. 여름에는 오디차, 야생딸기차, 사과차를 맛 볼 수 있고 현재는 어린산쑥차, 백초차, 으름차가 있다. 카페 안쪽에는 뜨쥬와 마찬가지로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 찾아가는 길

공방 :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루프갤러리 맞은편

카페 :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청기와아파트 인근

영업시간 : 공방 오후 2시~밤 10시30분, 카페 오전 9시30분~밤 12시

문의 : 02-3143-3142



‘놋그릇 가지런히’ - 현대적인 감각 입힌 생활 놋그릇



1.떡과 아이스크림 세트 2. 와인쿨러
놋그릇에는 ‘무겁고 둔탁해 세련된 멋이 떨어지고 관리가 힘들어 생활그릇으로 쓰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올 1월 종로구 통인동에 문을 연 카페 겸 갤러리 숍 ‘놋그릇 가지런히’는 이를 거부한다.



 ‘놋그릇 가지런히’의 김순영(41) 사장은놋그릇을 ‘쓸수록 윤기가 나는, 손맛이 나는 그릇’이라 설명한다. 그는 “손이 닿지 않는 놋그릇은 색이 변한다”며 “사람 손이 끊임없이 닿아야 하는 게 바로 놋그릇”이라고 설명했다. 번거로운 관리라고 해봐야 사용한 후 그때그때 물로 씻어주는 정도다. 설거지통에 오래 담가두면 색이 변할 수 있어서다. 초록색 수세미를 사용해 문질러 주면 반들반들 윤이 난다. 닦을 때는 한쪽 방향으로만 문질러야 스크래치가 균일해진다. 손맛이 만들어낸 모양이다.



 유기의 특성상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 역시 옛말이다. 디자인에 따라 놋그릇도 현대적이 된다. 2층 갤러리 숍에 전시·판매 되는 브랜드 ‘놋:이(Noshi)‘는 젊은 감각의 생활유기그릇들을 선보인다. 샐러드를 담아 먹기 좋은 움푹한 볼부터 커피와 과자를 내기에 적당한 쟁반, 와인을 담아두는 와인쿨러까지 갖추고 있다. 놋이의 놋그릇은 김씨의 남편 이경동(46)씨가 직접 만든다. 경남무형문화재 14호 이용구 선생의 대를 이은 2대장인이다.



 이씨가 대표로 있는 두부자 공방(경남 거창)’은 원래 사찰유기와 징, 꽹과리 같은 악기를 주로 만들었다. 생활유기의 비중이 커진 것은 5년 전에 공방의 상호를 바꾸면서부터다. 전통은 지키되 현대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아내 김씨의 생각이 반영됐다. 먹는 음식에 변화가 생겼으니 음식을 담는 그릇의 디자인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디자인을 바꾸는 일은 22년 유기그릇을 만든 장인에게도 새로운 시도다. 특히 놋이의 놋그릇은 놋쇠를 끓여 주물을 뜨는 일반적인 주물기법 달리 주물을 뜬 원형을 불로 달구고 망치로 두드려 모양을 갖추는 열단조 기법을 쓴다. 주물기법보다 제작과정이 길지만 완성도나 내구성이 더 좋아 이씨는 이 방법을 고집한다.



 놋그릇 가지런히 1층은 놋그릇에 담은 자연차와 곁두리(떡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를 파는 카페다. 식혜와 수정과, 미숫가루, 대추라떼, 생강꿀라테 같이 듣기만 해도 달콤한 음료와 간식들을 5000~8000원에 판다.



● 찾아가는 길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자하문로를 따라 도보 10분, ‘잉글랜드 양복점’을 끼고 좌회전.

영업시간 :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문의 : 02-736-6262



‘히든 스페이스’ - 한옥 카페서 만나는 소박한 예술



1.직접 끓인 단팥죽 2. 에나멜 선으로 짠 목걸이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히든 스페이스는 사람 많고 볼거리 많은 삼청동에서도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정원을 둘러싼 한옥에는 카페와 작업실, 그리고 작은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히든 스페이스’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히든 스페이스에서는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작업을 한다. 주얼리는 물론이고 음식부터 꽃꽃이, 가방, 인형처럼 생활의 바탕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작품의 재료가 된다. 이 작업에 바람을 불어넣는 사람은 히든 스페이스의 주인이자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인 김재영(66)씨다. “한번은 졸업생 동문회에 나온 제자가 남편 출세한 이야기에 아이들은 좋은 학교 입학한 자랑을 하기에 그럼 넌 뭘 잘하냐고 물었죠. 대답이 “밥만 잘해요”더군요.” 가족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주부의 존재 가치는 금세 잊혀진다. 결혼과 출산의 이유로 활동이 멈춘 작가들은 누군가 끌어주는 계기가 없으면 재기가 어렵다. 김씨는 자신의 욕심보다 제자들의 활동범위를 확대해주고 싶단 생각에 2년 반 전에 히든 스페이스를 열었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분야도 다양하게 열려 있다. 30년 교직생화을 하며 금속공예를 가르쳐왔지만 김씨는 “굳이 금속공예가 아니어도 좋다”고 말한다. 밥을 잘하면 요리를,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안경 만들기를, 바느질에 일가견이 있으면 인형 만드는 것을 제안한다. “뭐든 집중하면결국 예술이 된다”는 그는 이 작업을 여러 매체를 동시에 사용한 혼합기법을 일컫는 ‘믹스드 미디어(mixed media)’라 부른다. 김씨가 용기라는 바람을 불어넣는 대상은 그의 직속 후배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누군가 불쑥 찾아와도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김씨는 말했다. 히든 스페이스에서는 이곳을 거쳐 간 여러 작가들의 주얼리와 디자인 상품도 구경하고 살 수 있다. 실리콘으로 만든 브로치, 에나멜 선을 일일이 손으로 짜서 만든 목걸이, 새 모양을 한 과일 포크처럼 아이디어가 넘치는 제품들이다. 한옥카페에서 내놓는 메뉴는 소박하지만 맛깔스럽다. 김교수가 집에서 직접 끓인 팥으로 만든 팥죽이 8000원이다. 달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김씨는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을 아트페어에 추천하는 역할도 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이달 21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디자인 아트페어 2012’에도 직접 제안서를 써서 내고 5?6명의 작가를 추천해 부스에 참가하도록 했다. 지금은 일본 도예가 다키쿠치가즈오의 도예 전시가 한창이다. 2010년 전시했던 이후의 앵콜전이다. 4월 8일까지.



● 찾아가는 길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먹쉬돈나’ 골목.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월요일 휴관)

문의 : 02-732-5060



<이세라ㆍ김록환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황정옥·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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