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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폭행 학생, 교육청이 직접 고발

중앙일보 2012.04.03 00:56 종합 21면 지면보기
지난해 11월 1일 오전 대구 K중학교. 아침 자율학습을 점검하던 김모(53) 교감은 뒤늦게 등교하던 권모(15)군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김 교감은 권군이 담배 냄새가 나는 데다 바지 주머니가 불룩한 걸 보고 담배를 꺼내 압수했다. 담배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던 권군은 갑자기 주먹으로 김 교감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김 교감은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학교 측은 김 교감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일주일 동안 사건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동기 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해 해당 학생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학교 측은 교장 명의로 권군을 고발했다. 권군은 현재 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구교육청 교권 매뉴얼 발표
학교 자율에 맡겼던 방침 바꿔
교장은 사건 발생 즉시 보고해야

 앞으로 이 같은 경우 교육지원청(지역교육청)이 나서 관련 학생을 경찰에 고발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지금까지 학교의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개입을 자제해 왔다. 또 학교장은 사건 발생 즉시 지역교육청과 시교육청에 사건을 보고해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이 이를 명문화한 ‘교권보호 매뉴얼’을 만들어 2일 발표했다. 교권보호 규정을 만든 것은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처음이다. 하지만 업무처리 기준이며 강제성은 없다.



 매뉴얼은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학교장은 30분 안에 지역교육청과 시교육청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 대상인 교권침해 행위는 교내에서 학생 또는 학부모, 학교 경영자, 동료 교원 등에 의한 상해나 위험한 도구를 이용한 협박 및 위협, 성추행 및 성폭력 등이다. 학생들의 단순한 욕설이나 우발적 폭언, 수업방해 등은 학교 자체에서 처리토록 했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보고를 받은 뒤 1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 사건 처리를 지원한다. 학교장은 사안의 경중을 판단해 고발과 담임 교체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지역교육청은 학교에서 고발하기 어려울 경우 대신 고발절차를 밟는다. 심각한 교권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시교육청이 직접 고발키로 했다.



 교육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의 교사 폭행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자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권보호 매뉴얼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교권침해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판 의견도 있다. 전교조 대구지부 조성일 사무처장은 “학생·학부모의 폭력을 막을 근본대책 없이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면 교육현장이 황폐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의 교권침해도 문제지만 교사의 학생 폭행으로부터 학생인권 보호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교육청 이광수 장학사는 “지난해 교감 폭행사건 이후 교권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매뉴얼을 만들었다”며 “학생을 사랑으로 지도하는 등 신뢰 회복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에서 교원을 폭행하거나 폭언하는 등 교권을 침해한 사례는 2009년 151건에서 2010년 186건으로 늘었으나 지난해에는 95건으로 감소했다.



대구 교권보호 매뉴얼 자료 : 대구시교육청



▶학교장



· 교권침해 사안 발생 30분 이내 교육지원청 보고



· 피해 교사에 대한 의료지원 및 심리안정 조치



· 가해학생 상담 및 심리 치료



▶교육지원청



· 사안 판단해 학교 자체 처리 또는 고발토록 지도



· 학교에서 고발이 어려울 경우 대신 고발



▶교육청<./strong>



· 교권 침해자 고발 때 법률적 지원



· 중대한 교권침해 경우 직접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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