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상시리즈’가 끌어내린 물가

중앙일보 2012.04.03 00:46 경제 1면 지면보기
‘무상 시리즈’ 정책이 물가 잡기에 힘을 발휘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했다. 2010년 8월(2.7%) 이후 19개월 만의 2%대 진입이다.


[뉴스분석] 19개월 만에 2%대 진입

 물가상승률 하락은 무상보육·무상급식 등 정책 효과가 3월 들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지난달부터 0~2세 보육비를 100% 지원하고, 5세 아동의 누리과정에 대한 지원이 새로 생겼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실시해온 무상급식도 3월 들어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로 소비자 부담이 줄면서 이게 고스란히 물가지수에 반영됐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보육시설이용료가 33.9%, 유치원 납입금이 11.1%, 학교 급식비가 19.6% 떨어졌다. 이 세 항목이 전체 물가상승률 중 0.48%포인트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대학등록금이 올 1학기부터 떨어진 것도 3월부터 반영됐다.



통계청 안형준 물가동향과장은 “이러한 정부정책 효과가 없었다면 3월 물가상승률은 3.1%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정책 효과는 올해 내내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획재정부 성창훈 물가정책과장은 “무상 시리즈 외에 대형마트의 생필품 할인판매와 지자체의 공공요금 동결 등 여러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물가 하락을 곧바로 체감하기 어렵다. 생필품 등 값이 적잖게 오른 품목이 상당수라서다. 시내버스(9.6%)와 전철요금(14.0%)이 크게 올랐고, 딸기(28.3%), 귤(39.8%) 등 과일 값도 뛰었다. 휘발유(5.3%)나 경유(6.0%) 등 석유제품 상승세도 이어졌다. 봄 이사철이 오면서 전셋값(5.7)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2009년생 딸을 지난해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는 정모(32·여)씨는 “3월부터 보육비를 내지 않게 됐지만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전셋값을 1000만원가량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육비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은 높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2%대 물가가 얼마나 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진영 수석연구원은 “늘 골치 아팠던 집세가 여전히 높고, 이란 사태로 국제유가도 불안하다”며 “정부 정책 효과가 있지만 내용상으로 볼 땐 딱히 물가가 빠지는 추세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2%대를 기록한 건 지난해 3월 물가상승률(4.1%)이 높았던 기저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1, 2월 오른 뒤 잠시 주춤한 공공서비스 요금이 총선 뒤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정부는 물가안정에 계속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 불확실성이 많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물가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조금을 주면 물가가 떨어지게 되는 통계작성 방식이 ‘착시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작업에 참여했던 서강대 이한식(경제학) 교수는 “무상보육으로 가계의 보육비 부담이 사라졌다고 보육비 자체가 내려간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담이 사라졌다면 보육비를 아예 소비자물가지수 항목에서 빼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



가구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수. 통계청이 매달 37개 도시에서 총 481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집계한다. 품목별 가중치는 소비자 지출량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전체 가중치 1000 중에 농산물은 51, 석유류는 6, 집세는 2를 차지한다. 이론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실제 소비자부담이 늘어나는 것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정 품목이 비싸지면 가계가 덜 사는데도, 가중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