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로야구] 면도날, 선동열

중앙일보 2012.04.03 00:43 종합 24면 지면보기
선동열 KIA 감독은 지난해 부임 뒤 선수단에 실력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이종범도 ‘원칙대로’ 평가했고, 전력 외 판정을 내렸다. 선 감독이 지난달 25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앞서 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KIA 이종범(42)이 구단의 플레잉코치 제안을 거절하고 은퇴를 선언한 뒤 팀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선동열(49) 감독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실력대로” 원칙 지켜 이종범 제외
삼성서도 양준혁·박진만 내보내
젊은 선수로 전력 보강, 효과 거둬



 이종범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으로 거센 후폭풍이 일었지만 그를 전력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선 감독의 뜻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 감독은 지난 1일 광주구장에서 “이종범의 은퇴가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실력에 따라 라인업을 짜는 것이 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선동열 감독(왼쪽)이 지난해 10월 KIA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이종범을 만나고 있다. [중앙포토]
 선 감독은 지난해 10월 KIA에 부임하자마자 선수들의 ‘기득권’을 모두 박탈하겠다고 선언했다. 에이스 윤석민(26)과 톱타자 이용규(27)를 제외한 모두를 시험대에 올리겠다고 했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16년을 뛴 이종범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는 발 빠른 신종길(29)을 주전 외야수로 쓰고자 했다. KIA에는 이용규·신종길 외에도 김상현(32)·나지완(27)·김원섭(34) 등 뛰어난 외야수가 많다. 이종범으로서는 백업 자리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 감독이 이종범에게 은퇴를 직접 권유한 건 아니지만 전력에서 제외한 것은 사실이다.



 선 감독은 삼성 재임 시절에도 같은 원칙을 고수했다. 부임 첫해였던 2005년 우승 뒤 노장 김한수·김종훈 등을 코치로 선임해 팀을 리빌딩했다. 2010년에는 박진만을 SK로 보냈고, 양준혁을 전력에서 제외해 결국 은퇴하게 했다.



 선 감독은 삼성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자신의 원칙대로 광주일고·해태·주니치(일본) 후배인 이종범과 이별했다. 지금이 아니었어도 곧 닥칠 일이었고, 선 감독이 아니었어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었다. 선 감독은 “노장 선수들에 대한 예우도 중요하다. 그러나 양준혁·박진만 등이 자리를 내준 뒤 삼성 라인업에 힘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선 감독은 이렇게 ‘젊고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이종범을 전력에서 제외했지만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이종범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했다. 김조호(53) KIA 단장은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선동열 감독이 이종범에 대해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나에게 ‘2008년 구단이 은퇴 조건으로 코치 보장, 해외 유학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들었는데 이것들을 구단이 다시 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KIA 구단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이종범은 “며칠간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구단의 제안을 ‘일단 거절’했다. 김 단장은 “2~3일이 지나 이종범이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성대한 은퇴경기와 영구결번 등을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김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