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요셉이어야 해요” 정명훈이 인정한 테너

중앙일보 2012.04.03 00:28 종합 23면 지면보기
한국 오페라 무대에 처음 서는 테너 강요셉은 웃음이 많고 자신감이 넘쳤다.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이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독차지 하지 않도록 멋진 목소리를 들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교생 실습을 하던 음대생이 성악가로 성장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서기까진 14년이 필요했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 오페라 라보엠에서 주인공 로돌포 역을 맡은 테너 강요셉(34)씨 얘기다.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주인공 로돌포 역 맡은 그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처음 보고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헤어질 땐 ‘인생이란 참 예측하기 힘들다’는 말이 떠올랐다. 얼마 전 종영한 시트콤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가수 이적이 자주 뱉던 독백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날 “4, 6일 이틀간 무대에 설 예정인 강씨가 테너 김동원씨의 개인사정으로 3일에도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50주년 기념 공연이라 긴장되지 않나.



 “사람들이 주목하는 만큼 긴장이 되지만 그게 또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을 마음껏 뽐내려고 한다.”



 강씨는 독일 베를린 도이체오퍼 오페라단 소속 가수로 활동 중이다. 빡빡한 공연 스케줄로 이번 무대에 출연하기 힘들었지만 독일 출장 중이던 국립오페라단 김의준 단장이 현지 오페라단을 찾아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자로 참여하는 이번 공연에서 강씨를 ‘콕’ 찍은 이는 정 감독이었다고 한다. 강씨와 정 감독은 지난해 12월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8번 연주에서 호흡을 맞췄다. 강씨는 당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를 가득 채우는 ‘목소리의 힘’을 보여줬다.



 -언제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삼육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테너 유재광 교수님을 사사했다. 성악을 해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음악교사를 하기로 마음 먹고 교육학을 같이 공부했다. 4학년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름 아카데미에 우연히 참여했는데 교수님들이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성악가로서 소질이 보인다’고 말해 유학을 준비했다.”



 이후 그는 베를린 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쾰른 극장에서 어린이 오페라에 출연하게 됐고 일주일에 3번 무대에 섰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구별하기 힘든 ‘예측하기 힘든 인생’은 계속됐다. 도이체오퍼에서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그는 “아직도 극단에서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2년이 흘러서야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어린이 오페라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 받으라는 말에 묵묵히 노래를 불렀고 6개월 동안 발음을 연습했다. 한국보다 넓은 오페라극장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 중에도 힘껏 소리를 냈다. 대부분의 성악가들은 목을 보호하기 위해 연습 중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과 친구들이 좁은 방에서 장난을 치는 부분이 있다. 보통 무대에서 연기를 하지만 이번에는 조그마한 방을 만들었다. 그만큼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강씨는 ‘마술피리’ ‘팔스타프’ 등에서 주로 밝은 역할을 맡아왔다. 때문에 ‘라보엠’은 또 다른 도전이자 전환점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오페라 무대도 처음이다.



 “‘라보엠’에선 슬픈 감정의 전달과 묵직한 목소리가 중요해서 열심히 연습했다. 여자 주인공이 죽는 4막의 연기를 기대해 달라.”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