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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영 ‘한국 킬러’ 청야니 눕히다

중앙일보 2012.04.03 00:26 종합 2면 지면보기
유선영이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LPGA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18번 홀 옆 호수에 뛰어들고 있다. 이 대회는 우승자가 호수에 뛰어드는 전통이 있다. [팜스프링스 AP=연합뉴스]
“아우~”. 갤러리들의 탄식에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던 유선영(26·정관장)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인경이가 그 짧은 퍼트를 놓친 거예요. 워낙 퍼트를 잘하는 선수라 전혀 생각지도 않았죠. 2등도 좋은 성적이라 캐디에게 옷 갈아 입고 기분 좋게 집으로 가자고 하고 있는데….”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

 한 뼘 조금 넘는 파 퍼트가 홀을 돌아 나와 연장전에 끌려가게 되자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은 울먹이며 스코어 접수처로 들어왔다.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 김인경은 경기에 집중하려 했지만 흐름은 기울어져 있었다. 김인경은 티샷부터 흔들렸고, 행운을 잡은 유선영은 거칠 게 없었다. 3m 버디 퍼트를 쉽게 넣어 챔피언이 된 뒤 전통에 따라 18번 홀 옆 호수에 풍덩 뛰어들었다. <관계기사 25면>



 2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미션힐스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유선영은 최종 라운드 3타를 줄여 9언더파로 김인경과 동타를 기록한 뒤 연장전에서 이겼다. 2004년 박지은(33)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이다.



 골프는 잔인했다.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친 김인경은 연장전 패배 후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청야니가 18번 홀에서 7m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나자 망연자실해 뒤로 넘어지고 있다. 청야니는 이 퍼트를 넣었으면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었다. [AP=연합뉴스]
 또 한 명이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서희경(26·하이트)이었다. 그는 12번 홀까지 버디 5개를 잡으며 3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 우승을 확정 지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5번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린 후 보기를 했고 16번 홀에서는 왼쪽으로 티샷을 당겨 보기를 했다. 동반 경기한 김인경이 14번 홀부터 17번 홀까지 4개 홀에서 버디 3개로 압박했다. 서희경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고 마지막 4개 홀에서 모두 보기를 했다. 4위로 추락한 서희경은 스코어 카드를 낸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는 친구 유선영이 연장전에 나가게 되자 “잘하라”고 격려를 해주다 눈물을 흘렸다. 서희경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한국행 밤 비행기를 탔다.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3승을 챙긴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대만)는 위풍당당하게 선두로 출발했다. 그러나 퍼트가 살짝 살짝 홀을 빗나가자 짜증을 냈다. 전반에 보기 3개를 했다. 그러나 서희경과 김인경이 무너지면서 그에게 기회가 왔다. 청야니는 18번 홀 버디를 잡으면 연장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회심의 버디 퍼트는 홀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청야니는 아쉬움에 뒤로 벌렁 자빠졌다. 지난주 기아클래식에서 청야니에게 우승을 내준 유선영이 멋지게 설욕을 했다. 올 시즌 준우승 네 번에 그친 한국의 시즌 첫 승이기도 했다.



 국가대표 출신 유선영은 국내 프로무대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 2006년 LPGA 투어에 데뷔했다. LPGA 투어에서 스윙이 가장 좋은 선수이면서 멘털이 강한 장점도 있다.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이끌어가 상대가 유선영의 페이스에 말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청야니·신지애 등 강호들을 줄줄이 꺾고 우승했다.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중앙대에 적을 두고 있다. 유선영은 “미션힐스 골프장의 빠른 그린에 대비해 퍼터를 바꾼 전략이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팜스프링스=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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