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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권재진 “지금은 말 아낄 때”

중앙일보 2012.04.03 00:21 종합 4면 지면보기
권재진 법무부 장관(왼쪽)이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로스쿨 졸업생 출신을 포함한 첫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호국영령에 대해 묵념하고 있다. 오른쪽은 길태기 법무부 차관. [김성룡 기자]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중 벌어졌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 여야가 한목소리로 권 장관의 사퇴를 연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민주당 연일 사퇴 요구
사석에선 “당시 지원관실과 갈등”

 권 장관은 2일 출근길에 심경을 묻자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로스쿨 및 법무관 출신 신임 검사 67명에 대한 임관식에 참석했다. 그는 격려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검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혹과 비평이 제기되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좌고우면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 직무를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 장관은 2009년 8월 말부터 2011년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시기상으로만 보면 권 장관은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 사후 입막음 의혹의 정점에 서 있다. 그가 민정수석이 된 때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YTN 등 방송사 경영진과 노조의 뒤를 캐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다. 김종익 KB 한마음 대표가 불법 사찰을 폭로(2010년 6월)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그해 7월)해 이인규 지원관과 진경락 기획총괄과장 등을 구속기소한 것도 민정수석 재임 중 일어났다.



특히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옛 주사)은 지난해 1월 국무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컴퓨터 파기를 지시했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그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내게 5000만원을 줬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또 “최 전 행정관이 검찰 수사 직전 내게 증거인멸을 지시하며 ‘민정수석실과 검찰에 다 얘기가 돼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권 장관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있던 일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의 한 측근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장관이 억울해하고 있는 듯하고 할 말이 굉장히 많은 것 같지만 꾹 참고 있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권 장관은 민정수석 재임 시 청와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총리실 지원관실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는 보고를 접했다고 한다. 이에 비선보고의 문제점을 지적해 지원관실의 공식 보고 채널을 민정수석실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당시 이 비서관에게 월권 행위가 있었는지 물었으나 그는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며 “그래서 이전 정부 때처럼 보고를 민정수석실에 하게 바로잡은 사람이 권 장관”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우리(민정)랑 갈등 관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불법 사찰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진행 중이다. 여야 정쟁의 와중에 정치적 타깃이 된 권 장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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