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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24> 물가

중앙일보 2012.04.03 00:20 경제 13면 지면보기
김선하 기자
물가가 너무 뛰어 못 살겠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물가’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의 차이는 또 뭘까요.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더 많이 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럴까요. 보통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물가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가와 물가지수에 대해 자세히 모르겠다는 분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은 물가의 비밀을 뜯어보겠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전국 37개 도시서 481개 상품 가격 조사해 만들죠

여러 상품·서비스 가격 종합, 평균가격 매긴 게 물가



상품·서비스의 가치를 화폐 가치로 바꾼 것이 ‘가격’이다. 그런데 우리가 구입하는 품목 중에는 쌀·과일이나 대중교통·세탁 서비스처럼 수시로 사는 것도 있고, TV·냉장고나 이삿짐 서비스처럼 어쩌다 한 번 사는 것도 있다. 또 일정 시점에 가격이 뛰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상품도 있다. 개별 상품·서비스의 가격만 들여다봐선 전반적인 변화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물가’다. 물가는 여러 상품·서비스 가격을 종합해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만든 평균 가격수준이다. 이런 물가를 일정 기준에 따라 지수로 바꾼 것을 물가지수라고 부른다. 기준연도의 지수를 100으로 놓기 때문에 특정시점의 지수와 비교하면 해당 기간 동안 물가가 얼마나 뛰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기준연도 2010년)였다. 지난해 1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4% 올랐다는 뜻이다.



소비자물가지수,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의 기준



대표적인 물가지수에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있다. 통계청이 매달 내놓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실제로 사들이는 481개 상품·서비스의 거래가격을 조사해 만든다. 조사 지역은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37개 도시다.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는 한 달에 세 번, 공업제품과 전기·수도·가스류 등은 한 달에 한 번 조사한다. 이 지수는 가계의 생계비·구매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지수이기도 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한은이 매달 884개 품목을 조사해 발표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과 운수·통신·금융·부동산 등의 서비스가 기업 간 거래된 가격을 조사해 만든다. 대상 품목의 수만 봐도 알 수 있듯 다른 물가지수보다 범위가 넓어 전반적인 상품의 수급동향을 반영한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도 사용된다. 이 밖에 수출입 상품의 계약가격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측정하는 ‘수출입물가지수’와 농촌경제의 동향을 보여주는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지수’도 많이 사용된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근원 인플레이션’이란 것도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대상 품목에서 식료품·에너지처럼 이상 기후나 국제 변수 등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오르내리는 상품을 뺀 429개 품목을 계산한 것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라고도 부른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값이 수시로 춤추는 품목을 제외했기 때문에 국내 물가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물가지수의 일종이다. 이 지수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명목’에는 물가상승분이 포함돼 있고, ‘실질’에는 빠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GDP 디플레이터에는 소비자·생산자·수출입 물가지수와 임금·환율 등 각종 가격지수가 반영되므로 가장 포괄적인 물가지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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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물가지수가 됐든 기본 목적은 돈의 구매력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돈의 가치는 물가와 거꾸로 움직인다. 물가가 오르면 돈 값이 떨어지고, 물가가 내려가면 돈 가치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물가지수는 경기 판단의 지표 역할도 한다.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활동의 결과가 물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 환율과 원자재 값 상승에 큰 영향 받아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 떨어지는 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한국처럼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보다 일반적인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은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 생긴다.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는 총수요의 증가는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해외 부문)의 지출이 늘어날 때 발생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시중에 풀린 돈이 늘면 가계소비·기업투자 등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이처럼 수요가 갑자기 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물가가 뛰게 된다. 가계 소득의 증가도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소득이 늘면 소비 수준이 높아져 상품·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물가가 계속 뛸 것으로 생각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물가상승의 대표적인 주범이다. 물건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생산원가 상승은 공급 감소를 불러와 물가를 끌어올린다. 환율·임금·세금·원자재 값 등이 오를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의 경우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이 공급 측면에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 급등한 것에 공급 요인이 미친 영향이 58%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얘기다. 이 밖에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원인 중 하나다.



인플레 땐 실질소득 줄고 빈부격차 더 심해져



이론적으로는 사람이 인플레이션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만 있다면 물가가 뛰어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 알 수 있다면 근로자는 그만큼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같은 비율로 상품 값을 인상하면 이윤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론 이런 정확한 예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돈 값이 떨어지면 봉급·연금 생활자는 당장 허리띠를 더 졸라맬 수밖에 없다. 손에 쥐는 돈은 같은데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서비스의 양이 전보다 적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 오른 지난해의 경우 연봉 4000만원의 회사원이 한 해 전과 같은 급여를 받았다면 실질소득은 3846만원으로 154만원 줄어들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부의 분배를 왜곡시킨다는 것도 문제다. 물가가 계속 뛰면 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부동산·귀금속 등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실물자산을 많이 가진 부자의 재산은 늘어나는 반면, 집 없는 서민이나 봉급생활자는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진다. 빈부 격차가 더 커진다는 얘기다. 또 물가가 뛰면 예금·채권 등 금융자산의 값어치가 떨어진다. 국가 경제 전체적으론 금융자산 보유자인 가계가 손해를 보고, 채무자인 정부·기업이 이익을 보는 구조다. 국내 물가가 너무 뛰면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산품이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기 때문에 수출이 잘 안 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수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외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수입이 늘어난다.



참고도서 『한국은행의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



씀씀이 더 커졌는데 … 물가 적게 뛴 이유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발표될 때마다 도통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매일 피부로 느끼는 물가 수준에 비해 상승률이 턱없이 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계청 등에서 조작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마저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공통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과연 이유가 뭘까.



 우선 집집마다 소비하는 품목이 다른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 등록금이 확 뛰었는데 전자제품 값이 떨어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했다면 대학생 자녀를 둔 집에선 당장 “엉터리 물가지수”란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지수가 500개 가까운 품목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생활수준 향상이나 자녀의 성장 등으로 소비 지출이 늘어난 것을 물가가 뛴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아파트 크기를 늘려 이사를 한 경우 보통 TV·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바꾸게 된다. 아파트 관리비와 전기료 등도 따라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녀가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로 진학할 경우에도 학원비·용돈 등 지출이 늘게 마련이다.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 값이 적게 오르거나 떨어진 품목보다는 확 오른 품목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는 얘기다. 여러 품목의 값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한두 개 품목이 급등한 경우 전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개별 소비자의 인식엔 훨씬 큰 영향을 준다. 물가 수준과 관계없이 부동산 값이나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경우에도 소비자가 물가가 뛴 것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가지수는 통상 5년을 주기로 대상 품목 등을 조정한다. 사람들의 소비구조 변화를 발 빠르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더 큰 요인은 지난해처럼 물가가 확 뛴 경우에 작용하는 ‘기저 효과’다. 매달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 해 전의 같은 달에 비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나타내는 전년 동월비 기준으로 언론에 보도된다. 지난해 11~12월 전년 동월비 4.2%씩 올랐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1월 3.4%, 2월 3.1%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물가가 워낙 많이 뛰었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 효과인 측면이 많다. 이미 오른 것에 보태서 더 뛰다 보니 상승률이 낮게 나왔다는 얘기다. 전월비로 보면 지난해 12월(0.4%)이나 올 1월(0.5%), 2월(0.4%) 모두 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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