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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문건에 … 5%P 접전 수도권 50곳 흔들

중앙일보 2012.04.03 00:19 종합 5면 지면보기
2일 서울 잠실선착장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띄운 무인비행선과 자전거홍보단이 19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참여 촉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지난달 29일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불법사찰 문건을 전격 폭로했을 때만 해도 여의도 정치권에선 “선거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사안이 야권의 ‘MB 심판론’에 기름을 끼얹는 여권의 악재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찰 사례의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것”이라고 반격한 데 이어 총리실이 “과거 정부의 광범한 여야 정치인 사찰 자료가 있다”고 밝히면서 흐름이 뒤엉키고 있다. 과연 이번 파문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론조사선 72%가 “총선에 영향”



 일단 1일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가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71.6%가 이번 파문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어떤 식으로든 이번 파문에 대한 인식이 선거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 특히 5%포인트 이내의 차이로 백중세인 수도권 50여 곳의 선거구가 이번 파문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도권 여론은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불법사찰은 MB 심판론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새누리당에 악재”라며 “경우에 따라 20~30대의 투표율을 50%대까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지난달 31일 조사에서도 이번 파문이 여당에 불리할 것이란 답변이 67.4%였다.



 반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불법사찰 이슈에 대해 “오히려 노무현 정부와 관련된 새로운 정황이 나온다면 야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 유세에서 이번 이슈를 확산시키고 있는 민주통합당도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2일 “불법사찰 파문으로 ‘MB 심판’ 정서가 강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이 분위기가 개별 후보의 지지도에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말에 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우리 당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이혜훈 상황실장도 “사안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유불리를 아직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냈던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세종시 후보가 재직 당시 사찰과 관련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국민들이 매우 궁금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이슈가 야권엔 호재, 여당엔 악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선거 직전 터진 돌발 변수가 일반의 예측과 반대로 작용한 경우가 꽤 있었다. 호재인 측은 분위기가 이완되는 반면 악재를 만난 측의 지지층은 결집시켜주는 효과를 낸 것이다.



 1992년 대선 직전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 측이 터뜨린 초원복집 사건이 대표적이다. 원래 폭로의 초점은 ‘관권선거 모의’였으나 ‘불법도청’ 행위가 더 부각되면서 영남권 정서를 자극해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낙승에 기여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의 총선 때는 선거 사흘 전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이 야당(당시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을 촉발시켰다. 선거전 분위기는 여당이 쥐는 듯했으나 결국 ‘박빙 지역’에서 승부의 추가 한나라당 쪽으로 기우는 요인이 됐다는 평이다. 2002년 대선 전날 벌어진 노무현-정몽준 연대 파기도 오히려 노무현 후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내 그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도 국민의 안보심리를 자극해 여당인 한나라당에 유리한 구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두 달여 뒤의 지방선거 결과는 정반대였다. 물론 이번엔 ‘역으로’ 일반의 예측대로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역대 선거와 돌발 변수



1987년 대선 KAL기 폭파와 폭파범 김현희 국내 압송 → 민정당(여) 노태우 후보 당선



1992년 대선 초원복국집 사건(관권선거 논란이 불법도청 파문으로) → 민자당(여) 김영삼 후보 당선



1996년 총선 북한군 판문점 총격사건 → 신한국당(여) 총선서 1당, 139석 획득



1997년 대선 외환위기로 인한 IMF 구제금융 → 국민회의(야) 김대중 후보 당선



2000년 총선 김대중 정부 남북 정상회담 발표 → 한나라당(야) 총선서 1당, 133석 획득



2002년 대선 대선 전날 밤 노무현-정몽준 연대 파기 → 민주당(여) 노무현 후보 당선



2004년 총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 → 열린우리당(여) 총선서 과반인 152석 획득



2010년 지방선거 천안함 폭침 → 민주당(야) 광역단체장 9곳 등 자치단체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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