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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군부 거점서도 압승

중앙일보 2012.04.03 00:17 종합 16면 지면보기
미얀마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 1일 옛 수도 양곤에 있는 야당 국민민주주의연맹(NLD) 당사 앞에서 한 어린이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양곤 로이터=뉴시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67) 여사가 이끄는 야당 국민민주주의연맹(NLD)이 1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군부 거점 지역을 포함, 대부분 선거구에서 승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보선 후보 낸 44곳 석권 예상
2015년 대선 교두보 마련

 UPI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NLD 자체 집계를 인용해 “NLD가 후보를 낸 44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얀마 행정수도인 네피도의 4개 선거구에서도 NLD 소속 후보들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로 이전했고, 그 뒤부터 네피도는 군부의 거점이었다. 압도적 표를 얻어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는 수치 여사의 의회 입성과 더불어 NLD 후보들이 군부 거점 지역의 대표가 되면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미얀마 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NLD로서는 2015년 대선을 위한 발판을 닦은 셈이기도 하다.



 수치 여사는 양곤의 NLD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 수천 명에게 선거 승리 축하 연설을 했다. 그는 “NLD가 이뤄낸 성공은 바로 국민의 승리”라며 “이번 선거가 미얀마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얀마 정부의 개혁 조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는 미국도 이번 선거 결과를 환영했다. ‘시리아의 친구들’ 회담차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이번 선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 특히 처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이들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권 정치에는 사실상 ‘초짜’나 다름없는 수치 여사의 과제는 남아 있다. 우선 수치 여사가 세인 대통령뿐 아니라 의회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군부 독재 시절 인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관건이다. 수치 여사가 경제적 궁핍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 지지자들의 기대치를 채우는 일 역시 어려운 과제다. 높은 도덕성을 지닌 원칙주의자로 유명한 그가 협상과 타협이 판치는 정치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이번 선거 승리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대선을 준비하려면 정책이나 공약 등 NLD가 내세울 ‘콘텐트’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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