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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그들은 계속 옥상에 올라야 한다

중앙일보 2012.04.03 00:09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철호
논설위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팀이 ‘공공의 적’이 됐다. 과연 그럴까. 정부 중앙청사 옥상엔 점심 무렵 망원경과 워키토키를 든 요원들이 나타난다. 망원경으로 바깥에 나가는 공무원의 동태를 살핀다. 외부 식당에서 온 봉고차에 수상한 업자가 함께 타면 워키토키로 지상요원에게 알린다. 그러곤 뇌물을 건네는 식당 밀실을 덮친다. 이들이 바로 공직팀이다. 옛날 국가정보원이 차지했던 옥상 자리도 넘겨받았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의 ‘목·금 연찬회’를 아시는지. 산하기관의 돈으로 목요일 밤부터 흥청망청 즐겼다. 이를 적발한 게 바로 공직팀이다. 지식경제부 공무원 12명이 “룸살롱에서 업무를 보고하라”던 사건도 기억하시는가. 산하기관은 카드깡으로 비자금을 마련해 성(性)접대까지 했다. 사무실 캐비닛에 설날 떡값 수천만원을 채워놓은 식약청 국장도 붙잡혔다. 인사철에 옛 교육부 총무과장의 책상에선 수북이 쌓인 현금 다발을 찾아냈다. 모두 이 팀의 작품이다.



 “김 국장, 방금 받은 게 뭡니까?” 그 유명한 서초구청 김모 건설국장 사건이다. 건설업체 회장에게 노란 봉투를 받아 귀가하던 그를 잠복한 요원이 덮쳤다. 봉투엔 500장의 1만원권 현찰이 들어 있었다. 뒤를 밟는 동안 그는 매일 저녁 고급식당과 술집에서 건설업자를 만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영장은 기각됐다. 김 국장은 “봉투는 받았지만 돈이 든 줄 몰랐다”고 기막히게(?) 발뺌했다. 어디 그뿐이랴. 지난해 상하이 총영사관의 중국 여성 스캔들도 이 팀의 작품이다.



 이 팀은 공식 명칭보다 ‘정부 암행감찰반’으로 더 친숙하다. 휴일에 ‘골프 금지령’을 어겨도 단속하고, 밤엔 마스터 키로 관공서를 따고 들어가 비밀서류가 나뒹구는지 감시한다. 청와대 하명 사건이 많다고?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힘 센 곳에 투서가 집중된다. 공무원 비리 제보의 90% 이상이 청와대로 몰린다. 하지만 ‘작은 청와대’엔 인사검증팀을 빼면 현장 요원이 없다. 냄새 나는 제보는 이 팀에 “알아보라”는 게 관행이다. 다만 국가를 위한 첩보와, 정권 보위를 위한 사안이 뒤섞인 게 문제다.



 공개된 문건 중 대단히 선정적인 대목은 고위 공무원의 ‘내연녀’다. 분(分) 단위로 감시한 게 개인 사생활 침해라고? 아니다. 뒤가 구린 공무원은 더 끈질기게 뒤를 밟아야 한다. 물론 민간인 사찰은 불법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하지만 이 팀의 문건엔 민간인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 비리는 민간업자와 얽히는 게 태반이라, 반관반민(半官半民)은 숙명이다. 법원이 김종익씨 사찰은 유죄, 남경필 의원 부인 건은 무죄로 판결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암행감찰 속성상 ‘누구든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면 고발한다’는 형사소송법 234조를 폭넓게 인정해준 것이다.



 청와대는 초상집 분위기다. 이 팀을 사조직처럼 부리고, 입 막으려 꼼수를 동원한 데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민주사회로 가는 산통(産痛)으로 봐야지, 총선에서 상대방을 침몰시킬 공작 소재로 접근해선 안 될 일이다. 지금 가장 흐뭇한 곳이 야당일까?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화장실에서 진짜 웃는 쪽은 따로 있다. 뒤가 구린 공무원들이다. 마음대로 해 먹을 공간이 열렸다.



 공직기강 단속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차를 뒤진 이 팀을 2008년 한동안 폐지한 적이 있다. 당시 인터넷 사이트엔 댓글이 넘쳤다. 지자체 건설 담당 공무원들이 “구국(救國)의 결단”이라며 만세를 불렀다. 머지않아 다시 공무원 비리가 활개치는 불편한 광경을 볼지 모른다. 요즘 이 팀이 검찰과 법원에 불려다니느라 잔뜩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불법사찰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이 팀은 결코 공공의 적이 아니다. 계속 청사 옥상에 오르게 해야 한다. 이 태풍이 지나가면 직원 40여 명의 왜소한 팀을 10배 이상의 반듯한 조직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저승사자가 허약하면 납세자의 돈이 나쁜 공무원과 업자들 주머니로 흘러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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