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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 기자 현장 동행 … 격전지에서 총선 코드를 읽다 ⑦ 홍천-횡성 황영철 vs 조일현

중앙일보 2012.04.03 00:03 종합 8면 지면보기
새누리당 황영철 후보와 민주통합당 조일현 후보가 2일 각각 홍천 농협군지부 앞과 횡성군 횡성시장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횡성·홍천=김형수 기자]


강원도 홍천-횡성 목장의 네 번째 결투다. 새누리당 황영철 후보와 민주통합당 조일현 후보. 둘은 이 지역에서 12년째 라이벌로 마주쳤다.

세 번 겨뤄 1승1무1패 … 이번이 진짜 결투



 16대 총선 이후의 전적은 각각 1승1패. 16대엔 둘 다 낙선하고 새천년민주당 유재규 후보가 당선됐다. 17대 총선에선 조 후보가 662표 차로 황 후보를 제쳤다. 18대엔 황 후보가 조 후보(열린우리당)에 4125표 차로 설욕했다. 결승전 격인 네 번째 대결의 승패는 쉽사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 실시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황 후보(32%)와 조 후보(32.5%)의 지지율은 0.5%포인트 차였다. 오차범위 내의 살얼음 승부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30분 강원도 횡성읍에서 30㎞나 떨어진 청일면 봉명리 고라데이 마을에선 ‘맞수’가 맞붙었다. 둘은 지역주민 100여 명이 모인 게이트볼 경기장 준공식에 동시에 참석했다. 서로 악수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3초 만에 등을 돌렸다. 그러곤 각각 단상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 떨어져 행사 내내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홍천(6만9000여 명)은 횡성(4만4000여 명)보다 인구가 약 1.5배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홍천 출신이라 표가 어차피 갈릴 것이라며 횡성을 승부처로 여기고 있다. 두 후보가 멀리 고라데이 마을까지 출동한 이유다.



 횡성 지역은 한우(5만여 두)가 사람(4만4000여 명)보다 많은 지역이다. 한우를 키우는 축산농가의 민심이 관건이 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민심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우천면 산전리에 사는 김명희(49) 횡성축협한우연합회장은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한·미 FTA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 서민과 농어민들한테 대안을 마련하는 분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일면 봉명리에 사는 주부 이형옥(53)씨는 “원래 새누리당 지지자였지만 FTA가 시골 사람들에겐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에 실망이 커 이번엔 민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춘당리에 사는 전혜자(67·여)씨는 “FTA에 대해 말 바꾸는 민주당이 더 못 믿을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노무현(대통령) 때 힘들었던 건 모르고 이명박(대통령)만 때린다”고 말했다.



 횡성과 홍천의 ‘소지역주의’도 두 후보가 횡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횡성 쪽에서는 홍천이 원주시와 생활권이 묶여 있어 경제적으로 더 발전했다는 소외의식이 있고, 홍천 쪽에선 ‘횡성 한우’란 브랜드를 빼앗겼다는 묘한 경쟁심리가 작용한다는 게 지역사람들의 평이다. 횡성에서 만난 정기순(71·여)씨는 “횡성사람이 나왔으면 횡성사람을 뽑는 건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젊은 층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곳에선 젊은 층을 위한 맞춤형 작전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선거용 명함을 건네면 받은 쪽에서 으레 “이거 받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는 말이 돌아올 정도로 인구구조가 고령화돼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이동 시간에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몰려 있으면 차에서 내려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넸다. 이런 마을 탐방형 유세가 조 후보의 전략이었는데, 지역이 워낙 넓어 하루에 기름값만 26만원을 쓴다고 했다. 그는 “산골짜기 바위 밑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표가 제일 무섭다”며 “그걸 여기선 ‘개구리표’라고 부른다”고 했다.



 황 후보도 횡성지역 노인요양시설원장 12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이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등 노인층 공략에 주력했다. 황 후보는 현직 의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에서도 복지는 굉장한 어젠다가 될 것”이라며 “꼭 당선돼 어르신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트볼 경기장에서 앉아서 구경하는 노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등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횡성=한림대 김재한 교수·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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