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0세 이상 성인에게도 폐렴백신 접종 필요”

중앙일보 2012.04.02 06:50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세계적인 가수 조지 마이클, 김대중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앙드레 김, 코미디언 백남봉…. 폐렴으로 고생했거나 고인이 된 분들이다. 현대 의학이 발달해도 우리의 삶은 하찮게 보이는 폐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폐렴에 의한 국내 사망률은 10만 명당 14.9명(2010년 통계청). 사망원인으로는 6위다(감염 사망으로는 1위).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높은 수치다. 의학과 폐렴의 공방전에서 중간성적표가 나왔다. 지난달 11~15일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열린 ‘제8회 폐렴구균 및 폐렴구균 질환 국제 심포지엄(ISPPD)’에서다.


브라질서 폐렴구군 심포지엄

지금까지 밝혀진 폐렴구균 혈청형은 90여 종. 이 중 질환을 일으키는 폐렴구균은 10여 종이다. 폐렴구균은 평소에도 코와 목에 살고 있는 상재균이다. 보통 어린이의 30∼50%가 폐구균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들 폐렴구균은 숙주(사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뇌·폐·혈액 속으로 침투해 폐렴은 물론 중이염·뇌수막염·패혈증을 일으킨다. 5세 이하 영유아나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병약자가 잘 걸리는 이유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관심의 초점은 단연 ‘19A 혈청형 폐구균’이었다.



 이스라엘 소로카대학의 론 다간 교수는 “19A 폐구균이 각국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이스라엘·프랑스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조사한 결과 1991~1993년 0%였던 19A 균은 2001~2003년 18%에서 2007~2010년 36%로 많이 증가했다.



 학회에 참석한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민자 교수는 “우리나라는 백신 도입 이전부터 19A가 출현했다”며 “이는 두 종류 이상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폐렴구균은 ‘악명’이 높다. 다행히 2000년 폐렴구균 백신(화이자의 프리베나7)이 선보이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백신 도입 후 영유아의 폐렴구균 감염률이 급감한 것이다.



 문제는 성인이다. 50세가 넘으면 폐렴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당뇨병·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고혈압·흡연자 등이 고위험군이다.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 버짓 와인버그 수석연구원은 “나이가 들면 T림파구 등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가볍게 지나갈 폐렴도 침습성(혈액·뇌척수액 등에 구균이 침투)질환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김민자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은 물론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매년 맞는 인플루엔자 백신과 함께 50세부터 5년 단위로 폐렴구균 백신을 맞도록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단연 화제는 ‘13가 백신(화이자 프리베나 13)’의 성인 접종이었다. 19A를 포함한 6종의 폐구균을 추가로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50세 이상 성인에게도 접종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50세 이상 성인의 폐렴구균성 폐렴 및 침습성 질환 예방을 위해 1회 접종토록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로부터 지난해 12월 허가를 받았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50세 이상 성인 접종을 추진 중이다.



 13가 백신 접종 이후 전 세계에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폐구균에 의한 침습성 질환의 발병률은 10만 명당 27명에서 7.2명으로 약 74% 감소했다.



 우리나라에 13가 백신은 2010년 6월 도입됐다. 어린이는 기존 백신과 마찬가지로 생후 2, 4, 6개월에 3회, 12~15개월에 1회 추가 접종한다. 기존 7가 백신을 접종받은 어린이가 19A 백신을 추가하려면 72개월 이전에 1회 보강 접종 받으면 된다. 성인은 어린이 접종 지침과 달리 1회만 맞으면 된다.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는 한국·일본·대만·인도 등 영유아 대상으로 13가 백신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13가 백신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어린이에게서 더 우수한 면역반응을 보였으며 안전성도 입증됐다”고 밝혔다.





19A 혈청형 폐구균=뇌수막염·패혈증·폐렴을 일으키는 균 중 하나다. 현재까지 밝혀진 폐구균의 종류는 90여 가지다. 이 중 시대별로 유행한 균의 종류는 다르다. 최근에는 19A 폐구균이 기승을 부린다. 19A는 항생제 내성이 강해 우리나라처럼 항생제 사용이 많으면 치료가 힘들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