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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휴대전화 끄고 사라진 이종범

중앙일보 2012.04.02 00:40 종합 25면 지면보기
이종범
KIA와 한화의 올 시즌 마지막 시범경기가 열린 1일 광주구장, 하루 전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42·KIA)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그는 휴대전화도 꺼둔 채 두문불출했다. 이종범은 지난달 30일 이순철 KIA 수석코치로부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기 힘들 것 같다. 2군에 있는 것보다 플레잉코치로 후배들을 돕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은 지 하루 만에 은퇴를 결정했다. 타이거즈에서만 16년(해태 5년 포함)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의 은퇴 과정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진행과정이 빨랐고, 이상했다.


은퇴 선언 후 잠적한 뒤 침묵
코치진, 2군행·플레잉코치 제안
시범경기 마지막 날 안 나타나

 이종범은 이순철 코치와 만난 뒤 곧바로 선동열 감독과 김조호 단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선 감독과 김 단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하고 그날 밤 은퇴를 발표했다. 이종범은 “2군에서도 뛸 수는 있지만 다시 1군에 올라올 기회를 얻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은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KIA 구단은 이종범이 은퇴 의사를 밝히자 은퇴식과 은퇴경기, 지도자 연수 등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지만 이종범은 “며칠간 생각해본 뒤 거취를 발표하겠다”며 잠적했다. 구단과의 협의 과정이 원만하지 못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단 한 번도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은 적이 없었던 이종범에게 ‘개막 엔트리 탈락’ 통보가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은퇴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구단과 잘 합의하지 못하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은퇴를 발표한 것은 이종범답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종범은 구단이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권유하지 않고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모두 마친 뒤 은퇴하게 된 점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권유받았다면 조금 더 준비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이제 와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점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종범은 ‘실력으로 공정하게 평가받겠다’고 했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993년 KIA의 전신인 해태에서 데뷔한 이종범은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통산 170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7·1797안타·194홈런·510도루·730타점·1100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네 번(1993, 1996, 1997, 2009) 경험했고 94년에는 유격수 최초로 정규시즌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KIA 팬들은 1일 광주구장 관중석에 7번(이종범의 등번호) 유니폼을 걸어놓고 틈만 나면 “이종범”을 외치며 ‘종범신’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광주=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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