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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세계은행을 위한 최상의 선택

중앙일보 2012.04.02 00:23 종합 29면 지면보기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지난달 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세계은행은 은행가나 정치가보다 취임 첫날부터 도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글로벌 개발 전문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함에 따라 조만간 실력 있는 개발 지도자가 그 자리에 앉는 것을 보게 됐다. 오바마는 “이제 개발 전문가가 세계 최대의 개발기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해 개발 능력과 경력을 후보자 지명 조건의 최우선 순위에 뒀음을 확실히 했다.



 개발 전문가인 김 총장이 총재로 지명된 것은 세계은행으로선 획기적인 일이다. 이를 계기로 적임자 지명 관행이 다른 국제기구로 확산되기 바란다. 지금까지 미국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세계은행 총재를 지명해 왔다. 그 결과 세계은행 총재라는 중책이 빈곤과의 투쟁에 필요한 관심이나 지식이 부족한 은행가나 정치인 등 부적절한 인사에게 돌아가곤 했다.



 이런 전통을 깨고 개발 전문가를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앉히기 위해 나는 그동안 캠페인을 벌여왔다. 김 총장이 그 자리에 지명된 것은 모두의 승리다. 김 총장은 보건 분야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다. 그는 또 다른 보건 지도자인 폴 파머와 함께 에이즈와 결핵, 그리고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여러 질병의 치료 기술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문제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주류 대학인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일해왔다. 그는 전문성, 글로벌 경험, 중요한 관리 노하우 등 세계은행 총재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몇 년간 함께 일하며 지켜본 김 총장은 비전을 가진 인물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원 방안을 새롭게 창안하는 능력이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저소득 국가의 에이즈 치료 확대 사업을 맡았을 때는 깔끔한 일 처리로 남의 모범이 되기도 했다.



 세계은행이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국제적인 업무를 신속하게 전문화하는 일이다. 예컨대 최근 아프리카 말리에서는 쿠데타로 정권이 무너졌다. 쿠데타와 세계은행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서로 연관이 있다. 말리는 극단적인 가난·굶주림·질병·가뭄이 정치적 불안과 폭력을 낳는 사례의 하나다. 가난이 말리가 불안정한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종족 갈등, 곳곳에 널려 있는 무기, 사하라 사막 북쪽의 리비아에서 돌아온 전직 용병을 비롯해 다른 요인들도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가난이야말로 폭력을 악화시키는 최대 요인이다. 올해 가뭄은 말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중동에 이르는 건조 지역이 기후변화·가뭄·기아·인구증가 때문에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러한 불안정은 잦은 전쟁으로 이어진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지난 2월 나온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는 “다음 10년 동안 물 부족 문제가 미 국가안보 이익에 중요한 나라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모든 상황은 세계은행과 앞으로 세계은행을 맡게 될 김 총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세계은행은 지속 가능한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힘을 모으는 국제기구가 돼야 한다. 전 세계의 정부·과학자·학자·시민사회 리더·대중과 손잡고 세상을 진보시키는 조직이 돼야 한다. 전 세계가 세계은행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세계은행이 전문성과 통합 능력을 갖춘 인물의 리더십 아래 진실로 세계를 위한 은행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김 총장을 총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세계은행의 목적 달성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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