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탄두 뾰족 … 빠르게 낙하해 요격 피하기 쉽죠

중앙일보 2012.04.02 00:05 경제 13면 지면보기
미국의 다탄두 대륙간 탄도탄 ‘피스키퍼’의 탄두들이 목표물을 향해 한꺼번에 대기권으로 쏟아져 재돌입하는 것을 그린 상상도(그림 왼쪽).<사진크게보기>



북한 광명성 3호 계기로 알아본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과학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으로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북한은 2009년 로켓 ‘은하-2’로 광명성-2호 인공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4월에는 ‘은하-3’으로 광명성 3호라는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북한은 ‘위성발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성능을 지닌 장거리 미사일 시험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를 계기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과학을 들여다본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은하-3도 은하-2와 비슷한 성능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만약 은하-2에 위성이 아닌 탄두를 장착한다면 어떨까. 은하-2는 동체 지름이 2.4~2.6m인 1단 로켓 등 총 3단 로켓으로 구성돼 있다. 900~1100㎏의 탄두를 싣고 약 1만1000㎞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미국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는 분석했다. 평양에서 샌프란시스코(9021㎞)~워싱턴(1만1073㎞) 등 미국 본토도 사거리 안에 든다. ICBM인 셈이다.



 ICBM과 위성 발사는 다르다. 동일 로켓을 사용한다 해도 ICBM은 우주 공간으로 올라간 뒤 목표물을 향해 돌멩이 떨어지듯 하는 것이라면, 위성은 우주로 올라가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원하는 우주궤도를 지속적으로 돈다. 서로의 목적이 다른 만큼 적용하는 기술 또한 상당히 다르다.



 ICBM은 발사 후 2~5분이 지나면 고도 180~200㎞까지 치솟고 속도는 초속 6~7㎞로 극초음속이 된다. 표적을 타격하는 데 필요한 속도에 이르면 로켓모터의 연소는 강제 종료되고, 중력 이외에는 아무 힘도 로켓에 작용하지 않는다. 로켓모터의 연소가 종료되면 탄두의 궤도를 조종할 수 없다. 따라서 표적에 명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로켓모터가 작동하는 동안에 완료돼야 한다. 로켓 분리 뒤 탄두의 고도는 점점 높아져 1000㎞ 이상이 되었다가 다시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대륙간 탄도탄 ‘피스키퍼’(사진 위). 사진에 보이는 탄두만 9개에 이른다. 아래는 타이탄2의 탄두.
 탄두가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속도는 대략 초속 7㎞로 공기와의 마찰로 탄두 부위에 따라 섭씨 3000도~1만도까지 달궈진다. 이 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탄두가 목표물에 도달하기도 전에 타서 공중 분해될 수 있다.



 그래서 탄두를 앞머리가 뭉툭한 케이스 또는 뾰족한 케이스 안에 넣어 재돌입 열로부터 보호했다. 이러한 케이스를 재돌입체(RV)라고 부른다. 뭉툭한 RV는 대기권에서 급격히 감속되고 마찰열이 덜 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고도에서 속도가 느려져 요격당하기 쉽고, 바람 등의 영향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초창기 ICBM이나 중거리 탄도탄에 많이 적용됐으며, 지금은 유인 우주선의 귀환 모듈에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끝이 뾰족한 원추형 탄두 케이스가 주류를 이룬다. 열은 많이 나지만 빠르게 낙하해 요격을 피하기 쉽고,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아 정확도도 높다. 대신 열에 대한 탄두 보호는 고온에서 증발하는 물질(융제물질)로 RV 표면을 감싸 내부의 탄두를 보호한다. 융제되는 물질이 남아 있는 그 안쪽 온도는 융제되는 온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냄비에 물이 있는 한 섭씨 100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 원리와 비슷하다. 섭씨 3700도에서 증발하는 카본, 카본 등으로 만든 탄두 외피 외에 새어 들어오는 열을 막아주기 위한 단열재로 내부를 보호해줄 필요도 있다. 북한이 이런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초기 ICBM은 하나의 탄두를 탑재했지만, 현대식 최첨단 ICBM은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하기도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2~10의 다탄두를 장착한 ICBM을 1970년 이후 배치해왔지만 현재는 여러 단계의 군축 과정을 겪으면서 다시 단일탄두 미사일로 돌아가는 추세에 있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ICBM에는 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탄도미사일이나 우주비행체로 대기권에 재돌입하는 기술을 시험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일본밖에 없다”며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에 성공한다고 해도 ICBM 기술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