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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때 잘나감' '내연녀와…' 반MB 뒷조사

중앙일보 2012.03.31 00:49 종합 5면 지면보기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30일 공개한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 [김형수 기자]
30일 공개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문건은 그동안 실체가 불분명했던 불법사찰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공직자·민간인 안 가리고 … 반MB 인사 집중 뒷조사
공개된 총리실 불법사찰 문건 내용

 지금까지 총리실 불법사찰은 2010년 검찰의 김종익 KB한마음대표 사찰 사건 수사 당시 드러난 일부만 알려져 왔다. 당시 검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2008 하명사건처리부’에 기록된 25건 가운데 22건을 지운 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계와 민간인에 대한 전방위 사찰 소문이 무성했지만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KBS새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30일 새벽 인터넷뉴스 ‘리셋 KBS뉴스9’에서 민간인 사찰 사실을 폭로한 뒤, 이날 오후 관련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자료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하명사건처리부, 첩보입수대장, 내사처리부 등 가공되지 않은 문건들이다. 대부분 공직자나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사찰 자료지만 민간인에 대한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민주통합당 ‘MB·새누리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과 이재화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이 민간인 사찰 1차 수사 때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은폐하거나 축소 수사했다”고 주장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의원이 패널로 만든 문건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출범한 2008년 7월부터 3년여에 걸친 사찰 내역과 결과보고서가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은 “30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다 정리하지 못했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뿐 아니라 MB정권에 반기를 든 사람을 집중 사찰한 내용”이라며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이들의 뒷조사를 해 약점을 잡은 뒤 MB정권에 충성 맹세를 시키거나 퇴직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리셋 KBS뉴스9’에서 공개된 사안 외에도 주요 공직자와 민간인에 대한 사찰 내용이 포함됐다. 자료에는 전·현직 경찰청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직접 동향보고를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어청수 전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노무현(정권) 때 잘나간…”이라는 평가가 붙어 있었다. ‘그림 로비’ 사건으로 기소됐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중상모략해서 퇴직당했다. VIP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이 첨부돼 있 다.



 박 의원은 또 공직기강1팀의 ‘BH(Blue House·청와대) 하명사건’을 열거하며 청와대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공개한 자료에는 ▶한국조폐공사, 소방검정공사,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조사 내용 ▶고속철도 궤도 이탈 수사 중단 압력 행사 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상이군경회의 고철 폐변압기 사업권 관련 건 ▶KBS, MBC, YTN 등 방송사 임원진 교체 방향 등 ‘BH 하명사건’ 리스트 등이 포함됐다.



 박 의원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과 한겨레21 편집장 사찰 파일, 공기업 사장과 감사·임원 등에 대한 파일도 별도로 있어 광범위한 민간인과 재벌기업, 공기업에 대한 사찰이 이뤄진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행·도청 수준의 사찰 있었나=앞서 공개된 ‘리셋 KBS뉴스9’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광범위한 사찰 내용을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총리실의 사찰 대상에는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경찰 중간 간부와 경찰대 교수 등도 포함됐다. 경찰 내부망에 정권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에 대한 감찰 내용이 들어 있었고, 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 클럽’ 사찰 문건은 150건에 달했다. 2010년 수사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2008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촛불집회 관련 단체, 서울대병원 노조 등의 이름이 올랐고,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를 든 정태근 의원과 2차례 식사 자리를 가진 개인사업가 박모씨도 사찰 대상이었다.



 감사원 간부와 내연녀의 불륜 행적은 분(分) 단위로 감시당했다. 2009년 5월 19일자로 작성된 사찰 문건에는 이 간부가 내연녀와 나눈 대화와 행동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미행하거나 도청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사찰 기록에는 주요 일간지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도 첨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는 본지 박방주 과학전문기자의 음성 녹취 파일과 조선일보 안석배, 중앙일보 강홍준 기자 등의 녹취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발하는 사찰 당사자들=사찰 대상자였던 김유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2008~2009년 정부·여당과 계속 싸운 탓에 사찰 대상이 된 것 같다”며 “사찰당한 사람들과 함께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도 “당시 이상득 의원에게 정면으로 문제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허위보고서를 만들어 나를 죽이려다 근거 없으니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며 “총선이 끝나면 여야 합의로 특검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서경석 목사도 “인권이 침탈당한 기분이 들어 괘씸하다. 정부를 비판하고 고분고분하게 말 듣는 사람이 아니라 해서 사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YTN 사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침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촉구한다” 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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