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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장관 선거 때 줄 잘못 섰나 … 홍콩 부동산 재벌 콕 형제 체포

중앙일보 2012.03.31 00:34 종합 10면 지면보기
토마스 콕 회장(左), 레이먼드 콕 사장(右)
홍콩 부동산 재벌인 선훙카이(新鴻基) 그룹의 회장 형제가 29일 비리혐의로 체포됐다. 형제간 불화와 정경유착의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던 렁춘잉(梁振英·58) 후보가 홍콩 행정장관으로 당선된 지 4일 만에 벌어진 전격적인 조치여서 정치적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선훙카이 그룹의 토마스 콕(郭炳江·59) 회장과 동생 레이먼드 콕(郭炳聯·58) 사장이 29일 ‘뇌물 방지 조례’ 위반혐의로 홍콩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에 체포됐다.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관인 염정공서는 1974년 경찰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설립됐으나 현재는 모든 공직자 비리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으로 유명하다.



 콕 회장 형제 외에 홍콩 정부에서 2005~2007년 정무사장(행정장관 산하의 정무 책임자)을 지낸 라파엘 후이(許仕仁·64)도 함께 체포됐다. 후이는 선훙카이 그룹에서 특별고문으로 일한 적이 있다. 콕 회장 형제는 뇌물 공여, 후이 전 정무사장은 직권 남용 등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염정공서는 이들 3명을 각각 29일 오전과 오후에 체포해 조사했으며 이날 밤늦게 보석을 허가해 석방했다.



콕 형제의 자산은 183억 달러(약 20조7700억원)로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 그룹 회장(220억 달러)에 이어 홍콩에서 두 번째 부자다. 선훙카이는 홍콩 최고층 빌딩(118층)인 국제상업센터(ICC) 빌딩 등 중화권 대형 건물 수백 채를 건설했으며 지난해 말 현재 그룹 임직원은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수사의 이면에는 형제들 간의 반목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963년 회사를 공동 창업한 부친 콕탁셍(郭得勝)이 90년 사망하자 장남인 월터 콕(郭炳湘·62)이 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90~2000년대 초반 홍콩 부동산 붐이 일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자 둘째인 토마스와 막내인 레이먼드가 형의 경영권에 반기를 들고 지분 다툼을 벌였다. 수년간 법정 다툼 끝에 2008년 5월 두 동생이 우호지분 등을 규합해 형의 경영권을 빼앗았다. 이에 월터는 다시 두 동생이 자신이 추진했던 부동산 발주계약을 막고 회사 비리조사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급기야 회사 비리 관련 자료를 염정공서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자료에는 라파엘 후이가 정무사장 재직 시절 월터의 동생들에게 은밀하게 제공한 부동산 정책과 가격 관련 정보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홍콩 언론의 보도다.



 이번 수사가 25일 있었던 제4대 행정장관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지지한 렁 후보를 리카싱 회장과 토마스 콕 회장 등 홍콩 기업인 상당수가 밀지 않고 친기업정책을 편 헨리 탕(唐英年·60)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밝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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