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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000만~2000만원씩 한 주도 안 빼고 비자금 만들어”

중앙일보 2012.03.31 00:22 종합 16면 지면보기
1998년부터 10년 동안 학교재단 행정실에서 관리부장으로 일한 D씨(사진)가 취재팀과 만나 비자금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 털어놓았다. D씨는 A교장에게서 직접 지시를 받고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고백했다.


[뉴스 속으로] 학교재단 전 관리부장 고백



●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1000만~2000만원가량을 거래 업체를 통해 비자금화했다. 10년간 최소 50억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비자금 조성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달라.



 “2006~2007년께인 것 같다. 시 교육청 예산을 지원받아 교사용 사무용품·가구 등을 전면 교체한 적이 있다. 중학교와 남녀고교 등 모두 6억원 정도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D업체와 거래를 했는데 5000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아 서무 직원에게 맡긴 적이 있다. 일일이 기억을 다 못할 정도다.”



●비자금은 어디에 쓰였나.



 “자금 출납은 서무직원 L씨가 담당했기 때문에 내가 다 알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다만 교장의 카드대금 결제와 일부 시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로비용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카드대금 결제는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공무로 돈 들어갈 일이 많다며 A교장이 요구해 행정실에서 카드를 만들어줬다. 공무뿐 아니라 개인 용도로도 많이 사용됐다. 매달 평균 8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까지 카드 대금이 나왔다. 내가 매달 10일께 결제 금액을 확인해 서무 직원 L씨에게 통보하면 L씨가 카드 결제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카드대금 결제를 위해 별도로 매달 한 차례씩 비자금을 만들었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탈모가 온 적도 있다.”



●개인 용도라는 것은 어떻게 확인했나.



 “교장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매달 카드 사용 내역과 금액을 확인하면서 알게 됐다. 가령 교장 별장의 벽난로 구입대금을 결제하거나 분당 자택 부근 식당, 공항 면세점 등에서 사용됐다.”



●교육청 공무원들에게도 비자금이 건네졌나.



 “서무직원 L씨가 A교장의 지시로 학교 설립자(전 이사장)의 자서전에 현금 수십~수백만원을 끼워 넣은 다음 서류봉투에 담아 준비하면 그걸 들고 A교장이 교육청 등 관계자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자주 있었다. 교장이 ‘교육청에 들어가니 돈 몇백 준비하라’고 L씨에게 지시하는 것을 직접 본 적도 많다.”





A교장이 속한 학교재단은



A교장이 속한 학교재단은 서울 강북의 유명 사립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남녀고등학교 등 5개 교육기관을 운영한다.



학생수만 5200여 명이고 교사와 행정직원이 400명 정도다. 일반 학교는 초·중·고교별로 행정실이 따로 있지만 이 재단은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처럼 행정 사무국 하나만 두고 모든 학교와 재단 업무를 일괄 처리했다. 1968년 지리 교사로 처음 학교에 부임한 A교장이 학교재단 실세로 떠오른 것은 1996년이다. 그는 재단 사무국장, 상임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설립자(전 이사장)는 A교장을 최측근에 두고 신임했다. 교내에서 설립자의 아들들 외에 ‘또 다른 아들’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A교장이 시 교육청으로부터 많은 예산을 따오는 등 뛰어난 수완을 보였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설립자가 사망한 후 새로 취임한 재단 이사장과 이사진에 A교장과 가까운 인물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A교장이 실질적으로 재단의 모든 업무를 장악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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