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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강의실 밖으로 나온 책 … 영상세대 열광하다

중앙일보 2012.03.31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대중 강의의 르네상스다. 강의를 책으로 읽고, 저자가 무대에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중 강연이 인기다. SNS 확산으로 구어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 강연 열풍의 이유로 꼽힌다. 사진은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의 강의 장면. [사진 김영사]


강의의 시대다. 딱딱한 강의실 밖으로 뛰어나온 책과 책 속으로 들어간 강연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에 포진한 책의 상당수가 강의, 혹은 강연과 관련돼 있다. 북 콘서트 등을 표방한 저자 강연과 독자와의 만남도 줄을 잇고 있다.



 물꼬를 튼 것은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가 대표적이다. 지적 자극에 목말라하던 대중이 상아탑에서만 이뤄지던 강의에 다가설 수 있게 되고, 스타 저자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는 강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대중 강의 르네상스’가 열린 것이다.



 ◆검증된 콘텐트의 힘=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독자의 인기를 끄는 강의 관련 책들은 주로 국내외 주요 대학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내용의 우수성이나 경쟁력에 대한 1차 검증이 끝난 경쟁력 갖춘 콘텐트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미 하버드대 유명 강의를,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MBA인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좌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리처드 뮬러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살림)도 미 UC버클리대 최고 명강의를 지상 중계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이지영 도서팀장은 “유명 강의를 하는 교수들은 전문 지식에다 다양한 강연 경험과 폭넓은 이해에서 나오는 문장력, 20대의 눈높이에 맞춘 대중적 저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단순 재미나 감성보다는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독자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新) 구어체 시대’의 도래= 구어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도 강의형 도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예전에는 구어체로 쓴 글은 인기가 없었지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본격화하면서 독자들도 구어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구어체, 즉 ‘입말’은 더 효과적이다. 막연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분명한 청중을 상대로 한 강의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 전달이 가능한 셈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소장은 “구어체 문장은 이론보다 사실(fact)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며 “문자와 달리 구어체는 감정 등 문자 이외의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영상세대인 젊은 층에는 구어체 텍스트가 익숙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강연집·대담집 등이 꾸준히 발간되며 출판의 큰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 편집자는 강연장으로=이런 추세 속에서 출판사들도 ‘강의가 되는 필자’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출판사의 편집장은 “책 기획회의 등을 할 때 강연 잘 하는 저자를 찾아보라는 주문을 받는다”며 “인문서 편집자들이 요즘은 각종 강연장을 찾아 다닌다”고 말했다.



 ‘강연형 책’의 경우 책을 만들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강연 몇 회만 묶어 책을 내면 필자 입장에서는 쓰는 부담이 줄어들고, 짧은 시간 안에 책을 출간할 수 있어서다. 스타 저자의 경우 집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강연 내용을 출판사 편집자가 정리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사색보다 손 쉬운 책 읽기만 강조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대중 강연을 많이 하는 김용택 시인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데 내 말만 들으려고 해 걱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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