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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년범, 사회가 멘토로 나설 때다

중앙일보 2012.03.31 00:00 종합 42면 지면보기
선교사 박관일(41)씨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고아들을 키우고 있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그가 소매치기를 하다 소년원 생활을 한 것은 초등학생 때였다. 소년원 시절 봉사단체에서 만난 한 여성의 손길이 그를 어둠에서 구해냈다. 박씨는 “세상에서 혼자라고 느낀 순간 피붙이도 아닌 저에게 조건 없이 베풀어준 그분의 사랑”을 이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소년원은 19세 미만의 소년범들에게 마지막 비상구나 다름없다. 소년원에 들어갈 때는 이미 서너 번은 범죄에 손을 댄 상태다. 경찰 훈방, 검찰 기소유예, 보호관찰 등을 거쳐 소년원에 가게 된다. 소년원에서도 범죄의 유혹을 끊어내지 못하면 결국 우범지대에서 살아가게 되다. 소년원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앙일보-JTBC 기자들이 2박3일간 소년원에 들어가 실태를 체험했다. 그 결과 격리에 치중해 재활·교육 기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프로그램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사실 소년원은 보호관찰이나 사회복지시설 위탁 등 다른 처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설도 대학 기숙사에 가까울 만큼 개선이 이뤄졌다. 그러나 원생 통제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소년원 교사들만으론 큰 재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또 소년원을 나온 후에는 다시 이전과 똑같은 환경에 놓이게 된다. 2008년 26%에서 2010년 36%로 증가한 소년범 재범률은 이 같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사건 재판을 맡고 있는 이현곤 판사에게 현황과 대책을 물었다.



 -어떤 청소년들이 소년사건 재판을 받나.



 “80~90%가 결손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다. 부모 한쪽이 없거나 알코올 중독 등에 빠진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이 학교 밖에 방치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환경 개선과 사회적 관심이다. 법정에 서는 아이들은 다들 관심과 애정에 굶주려 있다. 복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사회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줬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소년보호협회(회장 이중명)가 기업 재능 기부 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협회는 지난 2월 이 회장 취임 후 기업 기술 교육 등을 통해 소년범 취업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김장환 목사,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 등과 본죽·아딸 같은 기업들이 이 취지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원생들의 고립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주어진 환경을 극복해보겠다는 의지를 북돋아줄 것이다.



 소년보호협회가 설립을 추진 중인 ‘스튜디오 스쿨(studio school)’도 주목할 만하다. 갈 곳 없는 소년원 출원생이나 가출 청소년 등에게 진학 및 기술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기숙형 대안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영국의 청소년 보호재단인 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은 같은 이름의 시설을 통해 비행 청소년을 사회에 적응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보기 위해선 지역 사회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출이나 학업 중단으로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운 ‘위기 청소년’이 8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폭력 등 청소년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일에도 머리를 맞댈 때가 됐다.



 소년범들은 소년원 문을 나설 때 얼굴이 더 어두워진다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가족 해체가 빚어낸 또 하나의 그늘이다. 이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감싸고 그 뒤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결국 성인 범죄자로 커갈 가능성이 크다. 당사자와 사회 모두에 불행한 일이다. 기업과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방황하는 아이들 하나 하나의 멘토가 돼 주는 운동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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