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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전선에 봄은 왔지만 북한 도발 가능성으로 날씨는 아직도 겨울

중앙일보 2012.03.31 00:00 종합 43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전선(前線)에도 봄이 왔다. 개나리, 진달래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드문드문 푸른 빛이 감돌고 있다. 철책선 너머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한탄천엔 봄물이 흐르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갈색 수풀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머지않아 초목은 옷을 갈아입고, 산하를 파랗게 물들일 것이다.



 모처럼 최전방을 찾았다. 용산에서 떠오른 블랙호크 헬기는 330m의 고도를 유지하며 낮게 날아 25분 만에 ‘철(鐵)의 삼각지’가 보이는 최전방 철책선 앞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곳이다. 열흘 사이에 고지의 주인이 24번이나 바뀔 정도로 뺏고 빼앗기는 공방이 치열했다. 영화 ‘고지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곳을 지키는 백골부대의 구호는 ‘수사불패(守死不敗)’. 지키다 죽을지언정 패배는 없다는 강철 같은 결의가 느껴진다.



 군사분계선과 남방한계선 사이에 있는 남측 비무장지대 곳곳에 콘크리트로 만든 아군 GP(Guard Post·요새진지)가 보인다. 맞은편에 있는 북한군 GP의 동태를 감시하며 유사시 최일선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곳이다. 완전무장한 20대 초반의 병사들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그곳에 서 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병사들이 대다수다. 안경을 낀 병사들이 많아 보인다. 아들뻘 되는 그들의 앳된 모습에 왠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GP 근무조는 1년 단위로 교대한다. 한 번 GP에 들어가면 적과 마주한 채로 사계절을 보내야 한다.



 최전방이지만 병사들의 숙소는 최신식이다. 콘도나 대학 기숙사 같다. 내무반 침상은 옛말이고, 모두 1인용 침대에서 잔다. 화장실은 수세식이고, 목욕실에서는 더운 물이 나온다. 휴게실에는 책과 컴퓨터가 비치돼 있다. 인터넷으로 가족과 화상통화를 하고, 페이스북을 하기도 한다. 시설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나 장비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심지어 2차대전이나 6·25전쟁 때 미군이 사용했던 것들도 있다. 곡사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휴대용 무인기(無人機·UAV) 확보가 시급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못하고 있다. 야간 전투에 필요한 야간투시경도 돈이 없어 개인별로 하나씩 못 주는 형편이다. 북한군은 개인별로 다 갖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로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북한이 쏘는 ‘광명성 3호’가 ‘사라예보의 총성’이 되는 일이야 없을 테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둘러싸고 한동안 국제사회가 시끄럽게 생겼다. 긴장이 고조되면 사태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선의 병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쪽을 주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전선에도 봄은 왔지만 날씨는 아직 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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