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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당 연대 vs 이명박근혜 … 선거판 ‘네이밍’ 전쟁

중앙일보 2012.03.30 01:03 종합 3면 지면보기
후보에 쏠린 눈 4·11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앞 사거리에 모인 청중이 한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선거는 ‘네이밍’(naming·이름 붙이기)에 달렸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두 마디의 간단한 표현으로 선거전을 ‘프레이밍’(framing·틀 씌우기)하고, 상대방을 규정하는 게 네이밍의 위력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하나 또는 두 개의 구호나 이슈만을 기억하고 투표장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네이밍을 잘하는 쪽이 선거전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최근의 네이밍 전쟁에서 민주통합당에 번번이 밀렸다. 지난해 8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투표를 독려하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는 민주통합당의 여덟 글자에 묻혔다.



 이번엔 새누리당도 공세적으로 나섰다. 29일 0시를 기해 시작된 선거운동에서 새누리당은 ‘100% 대한민국’을 19대 총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은 29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후보 지원유세에서 “국민을 편가르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반쪽짜리’ 대한민국이 아니라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1% 부자’와 ‘99% 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이다.



 새누리당은 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효과를 반감시키기 위해 ‘야권연대’ 대신 ‘두 당 연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국민생각 등 야권이 난립한 상황에서 ‘야권 전체 연대’인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격인 경기동부연합을 ‘종북(從北)세력’이라 비판하며 ‘종북론’을 제기했다. 민주통합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정책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선 ‘말 바꾸기 정당’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그간의 ‘MB(이명박 대통령) 심판론’에서 더 나아가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김유정 대변인은 “민생을 파탄 내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이명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서막이 마침내 열렸다”며 “민주통합당은 굳건한 야권연대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심판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을 이 대통령과 한데 묶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에 대해선 ‘1% 소수 특권층 정당’ ‘부자 중심당’이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경기동부연합 출신들의 국가관 검증을 문제삼고 있는 데 대해선 구구한 설명 대신 ‘색깔론’이라는 말로 받아쳤다.



 네이밍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낙인 찍기’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대중은 지지하기보다는 반대하기 위해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 찍히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네이밍이 선거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는 2004년 17대 총선이다. 당시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놓고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몰아붙였다. 한나라당은 이런 오명을 씻어내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한나라당이 네이밍을 통해 야권에 타격을 입힌 사례는 2008년 18대 총선 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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