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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더 이상 못 믿겠다” 브릭스, 개발은행 창설 선언

중앙일보 2012.03.30 00:43 종합 14면 지면보기
29일 인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왼쪽부터). [뉴델리 AP=연합뉴스]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무역과 금융 정책 공조를 강화한다. 2015년까지 역내 무역을 5000억 달러로 늘리고 선진국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체제를 견제할 ‘브릭스개발은행’을 세우기로 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5개국이다.

5개국 정상 뉴델리서 합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28일부터 이틀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5개국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인 인도와 나머지 4개국은 개도국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브릭스은행’ 창설에 합의했다. 브릭스 5개국은 또 달러가 아닌 역내 통화로 더 많은 무역을 결제하고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브릭스가 개발은행 설립에 나선 것은 현재 개도국의 개발을 담당하는 세계은행에 대해 지분 확대를 시도했으나 선진국의 견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릭스개발은행은 개도국 지원을 둘러싸고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릭스는 정상회의 선언문을 통해 차기 세계은행 총재를 투명한 방식으로 선출할 것을 촉구했다. 또 IMF의 개혁 지연, 과잉 유동성 등에 우려를 표시했다. 페르난도 피멘텔 브라질 통상장관은 “저금리 등 구미의 금융 완화 정책이 ‘금융 쓰나미’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가 브릭스은행을 설립한 뒤 원활히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브릭스는 세계은행 새 총재 선임 과정에서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상이한 정치체제, 경제상황 등으로 인해 통일된 외교노선을 견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브릭스 5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 문제, 티베트 문제 등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상회의 개최지인 뉴델리에서는 티베트 망명자들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인도 방문을 반대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중·러시아 정상 “한반도 당사자 냉정과 자제 필요”=브릭스 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8일(현지시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밀접하게 협력해 (한반도) 관련 당사자들이 냉정(冷靜)과 자제(克制)를 견지하고, 대화와 접촉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29일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 중국과 일치하며 앞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밀접한 대화와 협력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6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있었던 두 정상의 발언과 약간 차이가 있어 주목된다. 당시 후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북한이 위성 발사를 포기하고 민생 발전에 집중할 것을 중국 지도부가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한반도 정세에 불안을 가져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계획”이라며 북한에 이미 엄중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며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관련 당사국들에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민경원 기자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5개국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2001년 짐 오닐 골드먼삭스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남아공을 제외한 4개국을 ‘BRICs’로 표기했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2009년 4개국이 먼저 시작했고,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제3차 정상회의 때부터 남아공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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