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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말랐다" 그 많던 ‘정자 대게’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2012.03.30 00:30 종합 22면 지면보기
최근 어획량이 크게 감소한 울산 정자 대게.
29일 서울에서 ‘정자 대게’를 맛보려고 울산 북구 정자항을 찾은 권보애(30·여)씨 가족은 정자 대게 대신 러시아산 킹크랩만 12만원어치(2.5㎏)를 먹고 돌아갔다.


남획에 출항 비용 증가 겹쳐
어선 60여 척 중 남은 건 3척
손님에게 러시아 킹크랩 내놔

 권씨는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정자 대게가 제철이라고 해 찾았지만 맛도 못 봤다. 1㎏에 5만원 정도만 주면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정자항이 산지인 정자 대게가 모습을 감췄다. 외국산 킹크랩과 포항·삼척 지역 대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자 대게는 보통 10㎝ 정도 크기(300~400g)다. 다른 대게에 비해 껍질이 얇고 속이 꽉 찬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손질해 쪄 먹으면 특유의 단맛이 난다. 정자 대게가 자취를 감추면서 울산수협 강동위판장은 매년 12월 열리는 초매식(첫 경매)도 열지 못했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600㎏의 정자 대게가 위판장을 통해 팔려나갔었다. 정자 대게의 실종은 정자항 어민들이 대게잡이를 상당수 포기했기 때문이다. 북구청 안창률(41) 농수산과 주무관은 “2003년쯤부터 대게잡이 어선이 줄기 시작해 한때 60여 척에 달하던 어선은 (가자미 어선 전환 후) 지금 3척 정도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대게잡이 어선은 한 번 출항할 때 기름값과 그물 값으로 80여만원을 쓴다. 길게는 1박2일 일정으로 바다에 나간다. 대게잡이와 달리 그물 손상이 적은 가자미 어선은 50여만원이면 충분하다. 출항 기간도 하루 만에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어선 감소는 전국적인 대게 어획량 감소 현상이 견인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07년 대게 어획량은 4817t에 달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2646t, 지난해 1773t으로 급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종화(53) 동해연구소 박사 “수십 년 동안 무분별하게 대게를 잡은 게 어획량 감소 현상을 만들었다. 10년 정도 사는 대게는 수명이 길어 다시 늘어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자항 인근 대부분(70여 곳)의 대게집 업주들은 울상이다. 한 업주는 “주말이면 정자 대게를 맛보러 손님은 밀려드는데 씨가 말랐다”고 답답해했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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