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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달러 모인 곳에 예술도 모여든다 … 중동 문화의 허브로 부상

중앙일보 2012.03.30 00:27 종합 26면 지면보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막강한 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제6회 아트 두바이에 참여한 두바이 현지 화랑인 ‘후나르 갤러리’ 부스에 나온 작품을 관객들이 돌아보고 있다. [사진 아트 두바이 조직위원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에선 요즘 파리 루브르 박물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중동 분관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적 경매사인 크리스티의 두바이 사무소는 2005년 개설 이래 매년 25%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트 두바이 Art Dubai



  아트뉴스페이퍼(theartnewspaper.com)는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의 최대 바이어로 카타르를 지목했다. 글로벌 아트 마켓에서 중동이 자주 거론된다. 그리고 그 중심엔 중동 최초의 아트 페어인 ‘아트 두바이’를 연 UAE의 두바이가 있다. 특히 올해는 디자인 페어인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Design Days Dubai)’도 시작했다. 스위스의 바젤이나 미국의 마이애미 등 세계적 아트 페어가 열리는 곳에서 자매 페어로 디자인 시장을 여는 것과 같은 위용을 두바이도 갖추기 시작했다. 그 현장을 찾아갔다.



두바이에서 열린 첫 디자인 견본시장인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에 출품된 한국 작가 이재효의 작품. [두바이=권근영 기자]
 ◆사막에 꽃 핀 예술=“오랫동안 중동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였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이곳의 예술적 전통 등이 결합해 중동의 아트 허브로서의 두바이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디자인 데이즈 두바이 디렉터 시릴 자미트)



 “두바이는 성장하는 시장이다. 경제 규모도 커가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개방적이다. 또한 중동이 국제 사회로 향하는 교두보가 바로 여기 아닌가.”(파리의 갤러리 샹탈 크루젤 대표)



 제6회 아트 두바이가 21∼24일 두바이 메디나 주메이라 호텔에서 열렸다. 개막 당일부터 셰이크 함단 빈 모하메드 알 막툼 왕세자가 수행원 한 무리를 이끌고 페어를 둘러보는 등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총 32개국 75개 갤러리에서 500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2만 2500여명. ‘오일 파워’ 중동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다.



 그러나 장 미셸 바스키아·제프 쿤스 등 세계 미술 시장의 대표 상품도 없었고, 전세계 266개 화랑이 몰려드는 아트 홍콩만큼의 규모도 아니었다.



대신 이곳 10개 갤러리가 주도적으로 지역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소개하는 등 중동만의 특색을 갖춘 아트페어로 꾸며졌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온 갤러리 타니 루베즈에선 깨진 유리 위에서 사람들이 뒹구는 퍼포먼스로 지구 온난화를 경고했는데, 마치 이 사막 위의 신기루 같은 도시에 대한 상징 같아 더욱 눈길을 끌었다.



 ◆중동 첫 디자인 페어도 개막=앞서 18∼21일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가 열렸다. 장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 칼리파 앞 가설 텐트. 14개국 22개 디자인 갤러리들에 부스를 열었다. 규모는 아직 디자인 바젤 등의 절반 정도, ‘베이비 페어’다. 그 동안 바젤·마이애미 등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했던 이 지역 부호들이 긴 옷을 끌며 전시장을 누볐다.



 아트 두바이와 디자인 데이즈 두바이는 남녀가 유별한 중동 지역 관습을 고려해 여성 전용 입장 시간인 ‘레이디스 데이(Ladies Day)’를 마련했다. 조직위는 또 고객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아랍어-영어가 가능한 이 지역 미대생들을 부스마다 인턴 사원으로 배치했다.



 뉴욕의 디자인 전문 화랑인 R20의 디렉터 제스티 마이어스는 “중동에 거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는 모든 게 새롭기 때문이다. 여긴 돈이 모여드는 곳, 이제 컬렉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예술촌도 형성 중=단 며칠간의 미술품 견본시로 세계 미술시장의 허브가 형성되는 건 아니다. 이곳 금융가인 DIFC(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에는 크리스티 두바이 사무소가 있다. 전세계에서 온 금융인을 고객으로 삼기 위해 대형 갤러리들도 20여 곳 입주해 있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공장 지대인 알쿠오즈(Al Quoz)의 조립식 창고 안에도 새로 둥지를 튼 갤러리들이 있다. 모든 것이 새 것, 해서 오히려 신기루 같은 이곳엔 드물게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100년 넘은 풍차 방앗간 흙집을 개조한 바스타키아(Bastakiya)다.



 여기선 갤러리가 아닌 작가 주도의 미술 장터인 시카(Sikka) 아트페어가 2년째 열리고 있다. 종교로부터의 자유, 여성의 권익 신장 등 이 지역의 화두를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작품이 많다. 아트 두바이 디렉터 안토니아 카버는 “아트 페어 초창기엔 두바이에 갤러리가 5곳도 채 안 됐지만 지금은 40여 곳이다. 유럽 갤러리의 지점 등이 계속해서 문을 열고 있다. 작가들에게 작업실을 제공하는 비영리 재단들도 활약 중이다. 두바이의 아트 마켓은 점점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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