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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대전소년원 2박3일 체험기

중앙일보 2012.03.30 00:00 종합 32면 지면보기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지난 17~19일 대전소년원에서 소년범들과 함께 소년원 생활을 체험했다. 이곳에서 만난 소년범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어른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다.



 박창훈(17·가명)군은 부모가 미웠다. 네 살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 막노동을 하느라 주말에만 얼굴을 비치는 아빠가 싫다고 했다. 박군은 “면회를 와도 반갑지 않다”며 “나중에 아빠가 되면 자식들에게만큼은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 탓을 하는 소년도 있다. 남원기(15·가명)군은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은 나를 문제아라며 아예 포기했다”며 “숙제나 청소처럼 누구나 하는 일들도 지레 ‘원기는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해 시키지 않아 섭섭했다. 그러다 보니 반항심만 커졌다”고 털어놨다. 사회, 즉 제도에 대해 불평을 하는 소년도 있다. 조강식(19·가명)군은 “40만원을 훔쳐 여기에 들어왔다”며 “밖에선 수백억원을 훔쳐도 교도소에 가지 않고 떵떵거리는 어른도 많은데 억울하다”고 했다.



 물론 소년들의 푸념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소년원 교사 김모(29)씨는 “대부분의 소년범들은 잘못을 몇 차례 반복했기 때문에 소년원에 들어온 것”이라며 “사춘기 소년의 불만을 듣다 보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년들이 소년원에 오게 된 데에 어른들의 책임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소년원을 출소한 소년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아들이 지금 옆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답한 ‘직무유기’형 부모도 있고, “소년원에서 타일러 봐야 결국 제 버릇 못 고칠 것”이라고 말한 ‘자포자기’형 교사도 있었다. 4교대로 일하며 한 달에 열흘은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소년원 교사들에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소년들을 돌보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실에선 쉽지 않아 보였다.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소년범들은 그들이 원망하는 어른을 닮아가고 있다. 힘센 소년은 그곳에서도 대장 노릇을 했다. 몇몇은 대장에게 인정받기 위해 줄을 섰다. 선생님에겐 깍듯한 소년이 “어떻게든 잘 보여 여기만 나가고 보자는 생각뿐”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소년원 체험이 길어질수록 어른이란 사실이 부끄러웠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년들이 외로움·절망에 빠졌을 때 손을 잡아 재범(再犯)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소년범 재범률은 26%에서 36%로 늘어났다. 소년원생을 교도소가 아닌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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