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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조의 정치화, 정치의 노조화

중앙일보 2012.03.30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영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상임부회장
19대 총선이 이제 2주일도 남지 않았다. 올해 총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노조의 정치화, 정치의 노조화’다. 지역구나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은 노동계 출신 인사가 44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당선 가능권에 있는 비례대표 후보가 10명 정도, 여기에 30개 지역구에서 절반만 원내 진출에 성공해도 노동계 출신 당선자들로만 15명으로 구성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채우고도 남는다. 노동계 출신을 2명 공천한 새누리당이 있기는 하지만 야권에서 당선된 인사들 대부분이 환노위를 선택한다고 보면 적어도 야당 몫의 환노위 위원들은 노동계 출신으로 채워질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보는 경영계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수많은 노동계 편향적인 법안을 발의하고, 그 상당수가 실제 법제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과 진보통합당은 야권연대를 출범하면서 20개 공동정책에 합의한 바 있다. 이 가운데는 전임자 급여 금지나 복수노조 같은 노동조합법을 재개정하는 것은 물론 산별교섭 법제화,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 제한 강화,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개념 확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로 법제화 등 노동계의 요구 사항들을 노동정책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해 법률이 개정되고 노사 간 합의를 거쳐 13년 만에 시행된 노사관계 선진화 제도를 시행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폐기를 주장하고, 고용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관계 안정이나 노동시장 유연화는 안중에도 없고, 기업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의 종합판이다.



 노동정책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노와 사, 그리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노동시장 내에 이미 취업해 있는 근로자와 아직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 희망자들을 고루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치에 참여하는 노동계 출신들이 이러한 균형감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9%에 불과한 노동조합 조직, 그 가운데서도 극히 소수인 노조 간부 중심의 정책을 펼 가능성이 많다. 노동계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노조법 재개정 문제나 산별교섭 법제화만 해도 하락하고 있는 조직률을 어떻게든 회복하고 노조 상급단체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노동계 출신들의 국회 진출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우리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통상 법안이 제출되면 상임위로 배정되고 이는 다시 상임위 내에 구성되어 있는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된다. 대부분의 경우 노동계 마인드가 강한 여야 간사가 소위에서 합의하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되고, 이후 법사위와 전체회의를 일사천리로 통과하는 것이 기존의 관행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인 경영계의 의견은 보통 무시되거나 극히 일부만 반영되며, 비조합원이나 미취업자들의 경우는 의견을 제시할 창구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가 있어 법안이 폐기되는 경우에도 자구나 제목만 바꿔 재발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의 원칙은 오간 데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 내에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것을 방지하는 심의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노동정책 수립을 위해서 환경노동위원회를 환경과 노동으로 분리하여 환경은 국토위와, 노동은 지식경제위와 병합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정책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폭넓게 아우르는 방안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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