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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 유니언 최초 한국인 회장 이승윤씨

중앙일보 2012.03.28 04:00 Week& 6면 지면보기
‘옥스퍼드대 유니언 최초의 한국인 회장’ ‘영국 총리 배출의 산실에 발 디딘 첫 한국인’ … 옥스퍼드대 유니언 회장에 당선된 이승윤(22·정치철학경제학부 2)씨를 수식하는 말이다. 유니언은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생자치기구로 옥스퍼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토론 클럽이다. 한국인이 회장이 된 것은 옥스퍼드대 80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 초·중학교와 대원외고를 졸업한 그가 세계 인재들이 모인 옥스퍼드대에서 리더로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가 꿈꾸는 무대는 세계 … 평범한 동양인 회장으론 만족 안 돼”

김소엽 기자



2011년 11월 27일, 동료들 1차 경선 쓴 맛 보다



이승윤씨
나를 지지하는 팀원들이 1차 경선에서 참패했다. 다음 학기 회장 선거에서 함께 뛸 팀원이 전무한 상태다. 다시 팀을 꾸리고 그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두운 창밖처럼 내 미래도 캄캄하다. 회장 선거에서 참패하느니 지금 깨끗이 포기할까? 유니언 빌딩에 걸려 있는 역대 회장단 사진에 한국인을 올리는 건 무리일까?



유니언 회장이 된다는 것은 세계적인 명사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유니언 공개 강연엔 닉슨·카터·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달라이 라마, 테레사 수녀, 조니 뎁, 마이클 잭슨처럼 수많은 세계적인 인사들이 다녀갔다.



연 20억의 재산을 관리하고, 수십 명의 학생위원들과 직원들, 1만2000여 명의 회원을 관리하는 것도 유니언 회장의 역할이다. 세계 리더와 유니언 회원들 간의 연결고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맥을 갖는 대학생이 되는 일이다.



“부회장이 되기까지 일들이 떠올라요. 한국인은 유니언 회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 인맥도 없는 황인종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들, 결코 잊을 수 없어요. 그들의 편견을 지우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국 문화와 정치에 대해 공부했죠.”



보수적인 영국사회에서 한국인이란 단점을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아시아 문화를 더욱 공부하고 알리려고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보조위원·최고위원·재정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단계 선거에서 모두 최다득표 당선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내가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지 못할 거라는 영국 학생들의 얘기도 들었었죠. 실제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유창한 연설 능력을 갖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유학 초기 때 빈 강의실에서 유명 정치인들의 연설문을 읽으며 입이 부르틀 정도로 연습을 했어요.”



2012년 2월 29일, 각종 행사 유치해 신뢰 얻다



옥스포드대학을 방문한 반기문 UN 총장과 함께.
스코틀랜드계 중국인 댄은 어떤 결과가 나오건 내가 한 모든 일이 대단한 도전이고 많은 사람이 그 점에 대해 동의할 것이라며 응원했다. 댄의 조언은 나를 돌아보게 했고 목적의식을 찾아줬다. 이틀 뒤면 선거다. 옥스퍼드대에서 동양인 사회에 새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으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싶다.





나의 공약은 유니언 재정사업을 확대하고 각종 토론행사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공약은 주효했다. 세계적 리더들의 강연과 토론행사는 유니언 회원들에게 공감을 샀다. 보수적인 영국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진심과 노력’이었다.



“영국 학생들보다 인맥도 부족하고 그들만의 보이지 않는 텃세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죠. 더 나은 유니언을 위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밤낮 없이 뛰어다니고 각종 행사를 유치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심어주자 이방인이라는 시선을 차츰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3월 3일, 당선 그리고 세계로 뛰다



“존(이승윤), 네가 됐다고! 네가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이야.” 보조위원에 당선된 윌과 최고위원에 당선된 패릿이 환호하며 나를 부둥켜 안았다. 영국 출신 후보와 29표 차이로 당선, 압승이었다. 팀원 중 90%가 백인인 우리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임기 중 나의 목표는 유니언 토론회 최초로 홍콩에서 중국 관련 해외 토론회를 성사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내겐 단기목표가 생겼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동양인으로서 보수적인 유럽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진심’이었다. 앞으로도 진심의 리더십으로 기적을 이루고 싶다. 당선 후 나는 매일 수십 번씩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많은 사람이 기대해온 승리였기 때문에 이 승리를 의미 있게 만들지 못한다면 평범한 동양인 회장으로만 기억될 것이다”라고.



 “나 자신이 왜 이 대학에 왔는지 끊임없이 생각해 봤어요. 단순히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만으로 끝나고 싶지 않았어요. 내 분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불가능에 도전키로 했어요. 내가 꿈꾸는 무대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이니까요.”



◆유니언(UNION)=총학생회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옥스퍼드대 토론 클럽.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글래드스턴, 솔즈베리, 맥밀런, 토니 블레어 등 역대 영국 총리들과 주요 국가 원수들이 유니언 출신일 정도로 미래 지도자의 산실로 불린다. 옥스퍼드대 재학생의 70%가 넘는 1만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동양인 회장으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1977년에 당선된 후 이승윤씨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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