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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봉쇄하려는 제부도 주민들 왜?

중앙일보 2012.03.28 00:59 종합 22면 지면보기
화성시 관용차가 마을로 진입하려 하자 주민들이 이를 막고 있다.
화성시 관용차가 마을로 진입하려 하자 주민들이 이를 막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대표적인 관광지 제부도의 바닷길 입구. 중년 남자 두 명이 차들을 세우고 안내문을 나눠줬다. 이들은 “제부도 전체 상가가 문을 닫아 들어가도 할 게 없다”고 했다.


관광객 몰려들어 경쟁적 증축
화성시, 10년만에 불법건축 단속
음식점·펜션 동맹휴업 5일째

썰물로 모습을 드러낸 바닷길을 따라 제부도로 들어가자 섬 입구에 주민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곳곳에 화성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음식점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섬에 들어온 관광객들은 식당을 찾아 헤매다 육지로 되돌아갔다. 벌써 일주일째 제부도는 외부와 단절한 채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불법 건축물 단속이 시작된 게 발단이었다.



 처음에는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한 펜션 위주로 단속이 이뤄졌다. 2002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뒤 제부도에는 민박을 겸한 농가와 소매점 외에는 건축 및 영업행위가 제한돼 있다. 그러나 연간 15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밀려드는 손님을 맞으려고 음식점들도 경쟁적으로 불법 증축에 가세했다.



 뻔한 불법이지만 화성시는 이를 못 본 척했다. 숙박시설이 부족했고 제부도의 관광객 유치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의 묵인은 주민들에게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2005년께 화성시가 기존의 불법 숙박시설을 양성화한 게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



 화성시가 뒤늦게 칼을 빼들자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270여 가구 중 130여 가구가 불법 건축행위로 적발됐다. 민가의 사소한 증·개축까지 단속에 걸렸다. 4대가 함께 사는 김민자(56·여)씨는 14년 전에 만든 한 평(3.3㎡)짜리 화장실이 이번에 적발됐다. 김씨는 “화장실을 철거하지 않으면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고 한다”며 “ ‘개집도 시청 허락받고 지어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22일부터 동맹휴업을 시작했다. 시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섬 입구 봉쇄 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화성시는 단호하다. 지난달 말 채인석 시장이 제부도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한 직후부터 검찰 고발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15가구가 고발됐다. 원상복구명령과 두세 차례의 계고 절차도 없이 1차 계고장을 보낸 뒤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김태성(44) 주민대책위 사무장은 “생계 대책을 마련할 시간도 없이 퇴로를 차단해 시가 주민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성규 화성시 체육관광과장은 “종합개발계획을 통해 주민들의 건축 및 영업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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