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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리쥔, 충칭 시찰 온 시진핑 도청 … 보시라이에게 보고한 사실 발각

중앙일보 2012.03.28 00:29 종합 14면 지면보기
중국 충칭(重慶)시 보시라이(薄熙來) 당 서기의 실각을 부른 왕리쥔(王立軍) 부시장 겸 공안국장의 미국 총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로운 주장과 설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왕리쥔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를 도·감청해 보에게 알려준 사실을 확인한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거주지)가 격노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또 충칭의 호텔에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영국인 사업가의 의문사가 결과적으로 보의 실각을 가져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가 중국과 영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 보도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왕리쥔이 시진핑 국가부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허궈창(賀國强) 기율검사위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을 도·감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지도부의 경호를 맡고 있는 중앙경위국(警衛局)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왕리쥔이 2010년 12월 충칭을 시찰한 시진핑을 도·감청했고, 우방궈(2011년 4월)·허궈창(2011년 3월)·리위안차오(2011년 4월)의 충칭 시찰 때도 사적인 대화를 엿들었다는 것이다. 도·감청 실무작업은 충칭시 공안국의 처장급 간부가 맡았다고 아주주간은 전했다.



 시 부주석은 올가을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허궈창은 당정 간부에 대한 사정 최고 책임자이고, 리위안차오는 당의 인사권을 행사해온 실세다. 아주주간은 특히 “왕리쥔이 도·감청 내용을 보시라이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 전 서기가 직접 도·감청을 지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주주간은 왕이 최고 지도부를 도·감청하는 바람에 중난하이에 몰려 있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격노했으며, 이것이 결국 보의 실각과 왕의 해임을 불렀다고 전했다. 왕은 도·감청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6일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했다 거절당한 왕이 도·감청 자료를 미국 측에 건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충칭의 한 호텔에서 과음으로 숨진 것으로 발표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와 갈등을 빚어 왔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7일 헤이우드가 과음이 아닌 독살로 숨졌다고 확신한 왕리쥔이 이 사건에 구카이라이가 관련됐다고 보에게 주장하면서 공안국장직에서 해임됐다고 전했다. 또 헤이우드가 영국 대외정보부(MI6) 공작원 출신이 세운 전략정보업체 하크루트 앤드 컴퍼니(Hakluyt & Co)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25일 이 사건의 재조사를 중국 정부에 공식 요구함에 따라 이 사건은 외교 문제가 됐다. 당시 충칭시 경찰은 헤이우드의 사인이 과도한 음주 때문이라고 결론 내고 부검도 없이 화장했지만 헤이우드 가족은 그가 술을 전혀 못 마신다고 반박했다.



 헤이우드는 중국인 부인을 통해 보시라이 가족을 알게 됐으며 보의 아들 보과과(薄瓜瓜·25)가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할 때 도움을 줬다고 WSJ는 덧붙였다. 헤이우드의 중국인 부인은 보시라이가 시장과 당서기를 역임한 다롄(大連)에서 태어났다.





◆중앙경위국=정식 명칭은 중공중앙판공청(辦公廳)경위국이다. 1949년 설립된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산하의 특별 경호조직이다. 군부가 아닌 당중앙 판공청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중국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원 25명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다. 76년 사인방(四人幇)을 축출하는 데 동원됐다.



◆MI6=1909년 창설된 영국의 대외 첩보기관. 정식 명칭은 군사정보국 제6과다. 국내를 담당하는 MI5, 국방정보참모부(DIS)와 함께 합동정보위원회(JIC)의 지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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