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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 “불법사찰 사안 VIP에게 보고됐다더라”

중앙일보 2012.03.28 00:24 종합 16면 지면보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를 촉발한 장진수(39) 전 총리실 주무관(옛 주사)이 ‘이명박 대통령과 전 총리실 고위관계자가 지난해 1월을 전후해 불법사찰 은폐 시도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 조사 과정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다.


윗선, 더 윗선 . 끝까지 간 폭로
청와대 “말도 안 되는 소리”

 이미 임태희(55) 전 대통령실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불거진 청와대와 총리실 최고위층의 관련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최근 검찰에서 “(내가) 2010년 10월 징역형이 나온 1심 재판 결과에 낙담해 연락을 끊어버리자 총리실의 류충렬(56) 공직복무관리관과 정일황 기획총괄과장이 나를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류 관리관과 정 과장은 각각 김종익 KB한마음 대표를 불법사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인규씨와 진경락씨의 후임자였다. 장씨는 “지난해 1월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직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정 과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이 사안이 VIP(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민정수석실에서 불법사찰과 증거인멸로 기소된 7명에 대해 각각 담당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또 검찰 조사에서 “당초 ‘5억~10억원을 줄 수 있다’고 했던 류 전 관리관이 ‘전 총리실 고위관계자에게 보고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고 말을 뒤집었다”며 “이 관계자는 ‘왜 그렇게 위험한 방법을 사용하려 하느냐’며 10억원을 주는 방안을 거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류 전 관리관이 장씨에게 둘러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장씨는 “류 전 관리관과 정 과장이 나와 아내의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며 “이후 청와대 인사담당 행정관과 가스안전관리공사 이사, 경동나비엔 인사팀장이 일자리와 관련해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BH(청와대)에서 그 자리 이야기를 해서…”라는 가스안전공사 이사 등의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장씨 주장은 2010년 7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에 장씨가 최종석(42)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에 따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를 파기한 사실을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의 고위층 인사들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부인하는 청와대=그렇다면 장씨가 이처럼 강도 높은 폭로를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당초 약속했던 10억원 제의가 무산된 데다 벌금형 약속과 달리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이 발단이라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낙심한 장씨는 지난해 1월 공무원 징계위원회에서 ‘컴퓨터 파기가 최 전 행정관 지시’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류 전 관리관 등이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민정수석실 등을 들먹이면서 장씨를 달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장씨가 특별관리 대상이었다는 정황은 여러 가지가 나왔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임태희 전 실장의 측근인 이동걸(51)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변호사 비용으로 400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황상 장씨 등에 대한 ‘입단속’ 업무가 청와대와 총리실 조직 차원의 중요 과제로 격상되면서 각 기관의 최고위층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미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의 금품공여 등 장씨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난 상태다.



 그러나 류 전 관리관 등의 녹음파일은 있지만 이 대통령 등이 등장하는 녹음파일은 없다. 또 관련자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진위 여부는 입증이 어렵다.



청와대 측은 이날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라고 일축했고 전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불법사찰 수사 착수 한 달 뒤 부임해 와서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을 축소하는 등 사후 수습을 하는 일을 했다”며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과장 역시 “VIP를 언급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이고, 일자리 문제도 장씨 본인이 먼저 알아봐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불법사찰 뒤처리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범죄로 보긴 어렵기 때문에 검찰 수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이영호 전 비서관의 자금 2000만원을 장씨에게 전달한 노무사 이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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