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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면, 한반도면 … 동네이름 언제 바꿨지?

중앙일보 2012.03.28 00:08 종합 20면 지면보기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포도는 당도가 높고 껍질이 부드러워 현지에서 생산량 대부분이 판매된다. 2006년 처음 출시됐을 때 판매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을 때와는 딴판이다. 이런 변화는 2009년 10월 면 이름이 하동(下東)면에서 김삿갓면으로 바뀌면서부터다. 동네 이름이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개성 있게 변경되면서 특산물의 인지도까지 높아진 덕분이다. 김삿갓포도 작목반장 정태영(47)씨는 “지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포도 주문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행정구역 명칭 변경 바람

 자기 고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동네 이름을 바꾸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행정구역 명칭 변경 승인이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이관된 2005년 6월부터 20여 곳에 이른다. 명칭 변경은 농특산물 판매와 관광객 유치가 목표다. 성공 사례가 김삿갓면이다. 명칭 변경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 단순히 방위만을 의미하는 하동 대신 새 명칭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마침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와 생가가 있기 때문에 상징성을 살려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자 김삿갓문학관을 찾는 관광객이 2008년 5만900명에서 명칭 변경 이후에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박선규 영월군수는 “2010년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이 김삿갓면의 브랜드 가치를 1000억원 이상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자 같은 군 서면은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는 명분에 따라 한반도면으로 개칭했다. 충주시 이류면(利柳面)은 ‘두 번째(이류)’라는 어감 때문에 지난해 6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의미를 담은 대소원면(大召院面)으로 변경했다.



 행정구역 명칭 변경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인접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부추기고, 역사성을 무시하면서까지 행정비용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은 최근 사이가 틀어졌다. 영주시가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영주시 의회는 ‘단산(丹山)’이 ‘황폐한 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단양군은 영주시가 관광 자원인 소백산을 전유물로 삼으려고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는 2009년 이미지를 개선한다며 봉천1동·신림 4동을 ‘보라매동’, ‘신사동’으로 각각 바꿨다.



이미 신사동을 보유하고 있는 강남구는 법원에 명칭사용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마찰을 빚었다. 대전시에서도 삼천동이 인접한 둔산동에 비해 아파트 값이 싸다는 이유로 2010년 둔산3동으로 변경됐다.



청주대 김재한(지리교육과) 교수는 “지명 변경은 역사성을 훼손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성 단양군수도 “도로 표지판 교체에 1억원씩 쓰고도 주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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