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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 정치가 국민 분열시켜…중용적 상상력 지닌 지도자 필요

중앙일보 2012.03.28 00:01 종합 27면 지면보기
『중용의 정치사상』을 펴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겸 일본 호세이대 교수. 정치사상사를 공부하고 강의해온 평생의 결론이 ‘중용 정치’로 모아진다고 했다. [안성식 기자]
“정치란 정의의 실현이며, 정의는 곧 중용(中庸)입니다.”


『중용의 정치사상』 출간한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중용의 정치사상』(까치)을 낸 최상용(70) 고려대 명예교수 겸 일본 호세이(法政)대 교수의 말이다.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1973년부터 해온 정치사상 강의의 총결산 격이다. 주로 서양정치사상을 가르쳐온 그였지만 동양의 중용사상과 서양 전통의 중심 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좋은 정치’의 결론은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중용 정치’ 모아진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져 있다. 책 발간에 맞춰 잠시 귀국한 최 교수를 만났다.



 - 21세기를 ‘상대화의 시대’로 규정했다.



 “냉전의 지난 세기는 절대화 시대였다. 자기만이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 상대와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영국 역사학자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라고 했다. 냉전 붕괴 이후의 21세기를 상대화 시대의 출발로 본다.”



 - 상대화 시대와 중용이 어떤 관계인가.



 “절대화 시대에 중용의 목소리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데올로기 양극화가 무너진 상대화 시대에 ‘중용 정치’ 여건이 마련됐다. 극단이 아닌 중간 영역에서 균형·절충·혼합·융합 등의 지적·정치적 상상력이 요청된다. 중용적 구상력이야말로 이 시대 정치 지도자의 주요한 자질이다.”



 -‘중용이 곧 정의’라고 했는데, 영어의 ‘저스티스(justice·정의)’가 곧 중용이란 말인가.



 “그렇다. ‘정의’는 150여 년 전 일본인이 영어의 저스티스를 번역한 말이다. 정의라는 말은 알아도 그 뿌리가 중용인 줄은 대부분 잘 모른다. 동서양에서 2500년 전부터 써오며 중시해온 가치가 바로 중용이다.”



 - 동서양이 다 그런가.



 "동양의 사서(四書:논어·맹자·대학·중용)를 읽고 또 읽으면 정의가 곧 중용이란 결론이 나온다. 서양사상의 원류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을 관통하는 사상도 중용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은 부제가 ‘정의에 관하여’이고, 『정치가론』에선 정치를 옷감 짜는 직조술에 비유하며 중용으로 연결시켰다. 마지막 작품 『법률론』에서 중용을 제도화한 것이 법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의와 중용과 법은 동심원(同心圓) 같다.”



 - 동서양에서 중용의 의미 차이가 없나.



 "중용은 과(過), 불급(不及)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동양과 서양이 2500년 전부터 똑 같다. 과불급이 없는 알맹이가 뭐냐, 단순히 중간도 아니고 그 중간 안에서 최적의 균형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인데, 이를 중국에선 시중(時中)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려, 혹은 실천적 지혜라고 표현했다. 사려, 실천적 지혜와 시중이 같은 뜻이다.”



 - 요즘 정치에서 중용의 리더를 찾는다면.



 "우리 정치인에게 부족한 자질이 중용적 구상력이다. 부질없는 선악 이분법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 대선 주자로 언급되는 이들이 중용적 리더십이 뭔지 문제의식이라도 가져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때론 적이라도 과감히 상호 인정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남북관계도 그렇다. 북한이 정상적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남북이 전쟁을 택하지 않고 평화공존을 하려면 하나의 체제로 인정하고 가야 하지 않은가.”



 - 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복지를 얘기한다. ‘중용의 복지’는 어떤 것일까.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는 중용을 일탈한 자유의 결과이다. 평등도 복지도 지나치면 안 된다. 중용을 일탈하면 복지도 공동체를 위협할 수 있다. 자원이 부족한데 세금으로 어떻게 다 할 것인가. 빈부격차는 전세계적 현상이다. 우리 현실과 조건에 가장 맞는 시중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 FTA 갈등의 중용적 해법은.



 "우리 역사를 보면 나라를 닫는 것 보다 여는 게 낫다고 본다. FTA도 하는 게 좋은데, 엄청난 영향을 고려해 사려 깊게 판단해야 한다. 이런 결정이야말로 중용적 리더십을 요청하고 그런 훈련이 된 팀이 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에 해온 FTA의 장점과 단점을 제시하며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미 체결한 FTA를 폐기하자는 것은 무책임하다. 다만 현저한 약점이 있다면 재협상 노력은 있을 수 있다.”



 - 오늘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산업화·민주화의 연장선에서 우리가 도전해야 할 통합의 상징은 정보화가 아닐까. 우리 국민의 정보화 활력을 제대로 살려 나가면서 동시에 정보화가 초래할 수 있는 빈부격차의 후유증도 해소할 정치적 판단력을 갖춘 리더십이 요망된다.”



 - 언론에서 안철수 원장의 멘토로 언급됐는데, 안 원장이 이 책을 읽었을까.



 "나는 누구의 멘토가 될 만한 자격이 없다. 안철수 교수는 공부량이 엄청나고 독서량도 광범하기 때문에 내 저서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미래구상을 위해 필요한 저서를 집중적으로 읽었으리라 본다.”



 - 안철수 원장을 평가한다면.



 "내가 경험한 안 교수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새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이분법 정치’의 대안은 ‘중용 민주주의’라고 했다.



 "국내 정치적으로 보수는 자기를 개혁하고, 진보는 탈급진화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통일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용 민주주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반도는 1222년 동안 통일을 유지하다가 외압에 의해서 분단됐다. 2013년을 통일 외교 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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