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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넘치는 팀코리아, 바다의 F1 달군다

중앙일보 2012.03.28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팀코리아를 이끄는 김동영 세일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8월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린 코리아매치컵 도중 요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당시 대회 운영을 책임진 매치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중앙포토]


요트 신생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팀코리아’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3차 대회까지 종합 4위 올라
CNN도 특집으로 활약상 다뤄



 팀코리아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요트대회인 아메리카스컵에 출전한다. ‘해상의 F1’이라 불리는 아메리카스컵은 근대 올림픽(1894년)과 축구 월드컵(1930년)보다 훨씬 앞선 1851년에 시작됐다. 160년 동안 미국과 영국·호주·스위스 등 10여개 국가에만 문호를 열었던 아메리카스컵은 각국의 해상 과학기술을 겨루는 장이다. 미국의 오라클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 기술까지 동원해 요트를 만들어 2010년 제33회 대회 정상에 올랐다. 34회 대회는 2013년 9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다.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팀코리아 요트.
 한국은 지난해 아메리카스컵 참가 자격을 얻었다. 팀코리아를 만든 김동영(41) 세일코리아 대표가 발로 뛰며 주최 측인 오라클팀을 설득한 결과다. 아메리카스컵은 전 대회 우승팀이 호스트 개념으로 대회를 주최한다. 팀코리아는 아메리카스컵의 예선 격인 월드시리즈(2011년 8월~2013년 6월)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했다.



 김 대표는 ‘한국 팀에는 한국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았다. 아직 한국 선수들은 세계무대에 나갈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그는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를 영입했다. 스키퍼(선장) 크리스 드래퍼(34·영국) 등 5명의 선원을 모두 외국인으로 채웠다. 대신 한국 선수는 육성하는 방침을 세웠다. 김 대표는 “김성욱(28) 등 한국 선수를 팀에 합류시켜 훈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경기 운영도 도전적으로 했다. 젊은 스키퍼 드래퍼는 순발력 있게 바람을 읽어 빨라진 요트에 최적화된 경기를 했다. 일반적으로는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 최단거리를 정해놓고 풍향에 따라 돛을 조정한다. 그러나 드래퍼는 거리가 멀어도 빠른 바람을 등질 수 있는 쪽으로 요트를 몰았다. 팀코리아는 지난해 8월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에서 열린 1차 대회에서 스피드 경기(각자 출발해 기록을 재는 방식) 2위와 매치레이스(두 팀이 일대일로 겨루는 방식) 4위에 올랐다. 지난해 9월 2차 대회에서는 오라클팀을 누르고 매치레이싱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팀코리아는 3차 대회가 끝난 현재 9개 팀 중 4위에 올라 있다. 외신도 놀랐고 CNN은 팀코리아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순항하던 팀코리아는 올해 암초를 만났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스키퍼 드래퍼는 이탈리아에 뺏겼다. 다른 선원도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옮겼다. 팀코리아는 연봉을 주지 못했고 훈련비와 출전수당만 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호주 출신 네이슨 오트리지(28)를 새 스키퍼로 영입해 팀을 재편해야 했다.



 본 대회에서 사용할 요트를 건조하는 것도 숙제다. 월드시리즈에서는 선체 길이가 45피트(약 13m)인 요트를 사용했다. 그러나 본 대회에서는 72피트(약 22m)짜리 요트를 써야 한다. 김 대표는 “요트를 만드는 데 11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 계획대로라면 2월에 만들기 시작했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팀코리아는 아메리카스컵까지 순항할 수 있을까.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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