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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세계은행 총재 지명된 재미동포 1.5세 김용이 만일 한국에 살았다면

중앙일보 2012.03.28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스웨덴 출신의 5인조 혼성 아카펠라 그룹인 ‘더 리얼 그룹(The Real Group)’이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곡 중에 ‘커먼리 유니크(commonly unique)’란 노래가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에 출근 준비를 하며 듣기 딱 좋은 곡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화음과 경쾌한 리듬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Early morning having breakfast/ Taking a shower washing dishes(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로 시작되는 이 노래에는 ‘We are commonly unique’란 후렴구가 반복된다. ‘우리는 똑같이 특별하다’는 정도의 의미 아닐까 싶다. 같으면서 다르다는 얘기이니 ‘침묵의 웅변’처럼 서로 상반되는 개념을 대비시켜 의미를 강조하는 일종의 ‘모순어법(oxymoron)’이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자 독자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라고 보면 공자가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과도 맥이 통한다. 공생과 함께 개성을 강조하는 북유럽 특유의 사회 분위기가 가사에서 느껴진다.



 북유럽 강소국(强小國)들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이 교육이라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이 ‘커먼리 유니크’다. 경쟁보다 협동에 무게를 둔 질 높은 공교육을 통해 개인 간 학력 격차를 최소화하면서도 개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북유럽식 교육이다. 북유럽 교육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독립적 사고다. 단체 활동과 토론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사람은 독립적이며 특별한 존재라고 가르친다. 각자 자기 길이 있다는 얘기다.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일을 한다면 과잉경쟁의 악순환에 빠져 전체 이익은 줄어든다. 개개인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 배분에도 문제가 생겨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너도나도 한 곳으로만 몰리면 상생(相生)은 어렵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 속에 좌절과 불평불만이 가득할 뿐이다.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가고, 대학을 나오면 공무원과 공기업, 대기업만 찾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우르르 몰려가는 큰길은 성공의 ‘블루오션’이 되기 어렵다. 공멸의 ‘레드오션’이기 쉽다. 외롭고 힘들지라도 기회는 남이 안 가는 작은 길에 있다.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된 재미동포 1.5세 김용은 나와 동갑이다. 그가 한국식 교육을 받고, 한국에서 살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의사나 교수에서 끝나지 않았을까.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미국 사회의 주류에 진입했으면서도 돈 잘 버는 의대 교수에 만족하지 않고 헐벗고 굶주린 제3세계의 약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커먼리 유니크’한 길을 갔기에 그는 오늘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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