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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값 한순간에 30~40% 추락 가능성”

중앙일보 2012.03.28 00:00 경제 6면 지면보기
‘아시아계 닥터 둠’ 앤디 시에(50·사진) 전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유럽 위기를 예측한 게 아니다. 한국·중국의 파국을 경고했다.


‘아시아계 닥터 둠’ 앤디 시에 경고

 시에는 27일 중국 경제매체인 차이신왕(財新網)에 쓴 칼럼에서 “일본 엔화 가치는 거품”이라며 “그 거품 붕괴는 한국과 중국에 1998년과 같은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시에의 눈에 일본은 ‘엔고(高)-디플레이션 악순환’의 포로로 비쳤다. 그는 “일본 국가부채는 올해 1000조 엔(약 14경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가 단 1%포인트만 올라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일본인들은 자국 정부의 채권을 절대적으로 믿어 발행물량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다”며 “낮은 명목금리에도 일본인들이 높은 실질금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은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뿐”이라고 시에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국민이 디플레이션 늪에서 공생하고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 구조는 실물경제 침체와 엔화 가치 거품으로 이어졌다. 엔화 거품의 대가는 컸다. 시에는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 전자와 자동차 회사들의 비용절감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며 “특히 그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에 밀렸다”고 말했다.



 시에는 “이제 엔화 가치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경제의 침체가 더욱 심해지고 수출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거품은 서서히 붕괴하지 않는다”며 “엔화 값이 한순간에 30~40% 추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날이 오면 “한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게 시에의 전망이다. 기업 위기는 쉽게 은행으로 전염될 수 있다. 시에는 한국과 중국의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지적했다. “한국 금융시스템은 가계부채 규모를 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에서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라며 “충격을 받으면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에는 “중국 금융시스템도 과잉투자와 부동산 거품 때문에 충격에 아주 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 부동산 거품은 97년 한국과 동남아 거품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나쁘다”며 “엔화 가치 급락은 중국 경제에 치명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앤디 시에는 …



국제통화기금(IMF)과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등에서 일한 스타 경제분석가. 미국 MIT대학에서 토목학을 전공한 뒤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시아 금융위기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을 사전에 경고했다. 최근엔 중국 자산 거품을 경고했다. 그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2006년 싱가포르를 인도네시아 부호들의 돈세탁 기지로 폄하한 e-메일이 유출돼 모건스탠리를 떠나야 했다. 지금은 상하이에서 독립적인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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