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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기 힘든 COPD … 담배 끊고 약물치료 필수

중앙일보 2012.03.26 05:10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김강길(68·서울 서초구)씨는 보라색 여행용 캐리어를 보물처럼 끌고 다닌다. 집 안에서나 외출할 때나 항상 가방부터 챙긴다. 이동식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기 위해서다. 벌써 6개월째다. 본래 김씨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COPD 악화(exacerbation)’를 겪은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 처음 COPD로 진단을 받은 뒤 10년 이상 꾸준히 50%대를 유지해왔던 김씨의 폐기능은 불과 한두 달 만에 30%로 떨어졌다. COPD 악화로 3회나 입원하면서 지출한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김씨의 주치의 이숙영(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 악화로 폐기능이 크게 나빠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번 악화되면 회복 안돼 … 생활습관 개선 등 조기 대처해야

서울성모병원 이숙영 교수(왼쪽)가 COPD 환자인 김강길씨에게 폐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계단 오르기 괴로울 땐 폐기능 검사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는 폐가 망가지고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쉬지 못하는 병이다. 2010년 이 병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60만9000여 명. 이 중 매년 6000여 명이 사망한다. 국내 사망원인 6위다.



 COPD 발병 원인은 90% 이상이 담배다. 나머지는 간접 흡연·가스렌지·공해·먼지 등 환경적인 요인이다. 환자 대부분은 기침을 몇 주 계속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데 이상할 정도로 힘들 때 병원을 찾는다. 이때는 폐기능이 정상인의 50% 정도로 떨어져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다. 이때 COPD 악화가 발생하면 평소보다 숨이 더 가빠지고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는다. 얼마 남지 않은 폐기능도 빠르게 떨어져 예후도 좋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 교수는 “전체 COPD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지만 한번이라도 COPD 악화를 경험한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COPD 악화를 겪은 환자가 1년 내 사망하는 비율은 20%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COPD 악화는 환자의 증상을 재촉하는 고속열차와 같다. 아주대병원 박광주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자기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며 “COPD 악화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OPD 악화 땐 활동 못해 우울증 겪기도



김씨와 같이 COPD 악화를 겪는 환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삶의 질 저하다. COPD로 진단받을 때는 외출·걷기·식사·세면·옷입기 같은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다. 하지만 COPD 악화가 몇 차례 찾아오면 짧은 기간에 폐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준다. 옷을 갈아입거나 세수를 하는 일상적인 일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 결국 집안에 갇히다시피 살아간다. 일부 COPD 환자는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유럽에서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89%가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COPD 악화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의 61%는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전 세계 COPD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GOLD에서 COPD 악화 예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원 치료비도 큰 부담이다. 김씨도 세 차례 입원하면서 병원비로 600만원을 지출했다. 증상이 나아지면 퇴원했다가 나빠지면 입원하기를 반복한다. 이상도 교수는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전체 치료비의 60% 이상을 사용한다”며 “COPD 악화를 줄이는 것이 치료비를 절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약물치료 환자 25%가 증상완화 경험



COPD의 원인인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COPD 악화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폐활량을 늘리는 운동 역시 도움이 된다. 요즘 같은 황사철이나 환절기에는 외출을 삼간다. 굳이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쓰고 손씻기 같은 개인위생에 신경을 쓴다.



 먹는 약으로도 COPD 악화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로플루밀라스트’(제품명 닥사스)는 COPD 염증세포와 관련된 PDE4 효소의 활동을 억제한다. COPD 악화를 줄이고 폐기능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1년간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25%가 COPD 악화가 준 것으로 보고됐다”며 “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약물 치료를 받으면 COPD악화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선미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COPD 악화=COPD로 진단받은 환자가 평소보다 더 숨이 가빠지고 기침·가래가 늘어나는 증상. 폐 발작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숨을 쉬기 어려워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COPD 악화를 예방하는 생활수칙



■ 담배를 끊는다



■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한다



■ 인플루엔자·폐구균 백신을 맞는다



■ 환절기·황사철에는 외출을 삼간다



■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쓴다



■ 손씻기 같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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