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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는 종합비타민, 곰취는 천연항염제 … 산나물이 춘곤증 싹~ 날려주네

중앙일보 2012.03.26 05:10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서울 개포동에 사는 김미숙(주부·45)씨. 매일 아침 천임산(경기도 성남시)에 가는 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김씨가 산 중턱쯤 올라서 하는 일은 아카시아잎·곰취·고사리나물을 뜯는 것. 김씨는 “시장에서 파는 건 못 믿겠다. 숲에서 나는 건 사람 손이 닿지 않아 깨끗하다. 유통과정 없이 그날 뜯은 걸 바로 먹을 수 있어 신선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에 사는 정만호(남·69)씨도 숲푸드 매니어다. 정씨는 주말마다 식물도감을 들고 근처 산으로 가 나물을 한 가득 뜯어 온다. 정씨는 “숲에서 나는 게 향도 진하고 더 연하다. 그때그때 제철 나물을 뜯어 친척에게도 나눠준다”고 말했다.


요즘 산에 올라 나물 캐는 주부들 많다는데 …

숲에서 나는 나물은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자란 탓에 영양분이 많고 연하다. 봄철 나물을 뜯는 사람이 많다. [중앙포토]


산에서 채취한 작물, 농약 걱정없고 영양 많아



숲푸드가 뜨고 있다. 숲푸드란 숲에서 나는 음식을 총칭하는 말이다. 고사리·곰취·곤드레·취나물 등이 모두 숲푸드다. 사실 숲푸드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주식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동물성·인스턴트 음식을 선호하면서 점점 잊혀졌다. 그러다 최근 웰빙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일면서 숲푸드가 재조명 받고 있다.



 숲푸드의 가장 큰 장점은 무공해라는 것.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김만조 박사는 “숲에서 나는 식물은 사람에 의해 재배되는 게 아니다. 벌레나 동물의 위협에 살아남아야 하기에 해충에 강한 개체로 진화했다. 또 들판보다 해충 자체도 적다.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혼자 잘 큰다”고 말했다.



 영양성분도 훨씬 많다. 들에서 나는 작물은 사람이 비료와 물을 부족하지 않게 채워준다. 강렬한 햇빛도 받는다. 강원대 바이오산업공학부 함승시 박사는 “들 식물은 빨리 크는 대신 잎이나 줄기에 축적되는 영양분이 적다. 산에서 나는 작물은 천천히 크지만 영양분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산나물과 논·밭에서 나는 작물을 비교해보면 비타민·무기질 같은 성분이 산나물에 20~30%가량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의 일교차가 큰 것도 한몫한다. 김만조 박사는 “사람도 추운 데서 살면 지방축적률이 높아진다. 위기상황에 대비해 영양분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산도 낮엔 따뜻했다가 밤엔 급격히 추워지기 때문에 영양분 축적률이 들판에 나는 식물보다 높다”고 말했다.



 나물 질감도 산나물이 더 연하고 아삭하다. 김 박사는 “산나물은 햇빛을 직접 받지 않는다. 나무에 가려져 햇빛이 들었다나갔다 한다. 사람도 햇볕을 많이 쬐면 피부가 두꺼워지고 각질이 자주 일어나듯 잎도 마찬가지다. 들판 식물은 잎이 두껍고 억센 반면 산나물은 보들보들하고 연하다. 질소 비료도 과하게 주지 않아 잎도 적당히 단단하다”고 말했다.



 향도 뛰어나다. 함 교수는 “숲에는 각종 천적이 많다. 동물·해충이 먹지 못하게 강한 향을 내뿜는 게 특징이다. 향을 만들어 내는 성분이 사람에게는 좋은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고사리, 치아·뼈 튼튼히 해주고 디톡스 효과



봄철에 많이 나는 고사리는 어린 순 끝 잎이 나기 전 것을 딴다. 삶아서 말린 뒤 파스타·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숲푸드는 고사리·곰치·곤드레·산마늘 등이다. 3월부터 많이 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릴 정도로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칼슘·칼륨이 많아 이뇨작용을 돕는다.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하고 노폐물을 배설하는 디톡스 효과가 있어 성장기 아이와 중금속 노출이 많은 현대인에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차가운 성질이 있다고 해 정신을 맑게 하는 약재로 사용해왔다.



 3월부터 나기 시작하며 어린 순 끝 잎이 나기 전 것을 따서 삶아 말려 먹으면 된다. 최근 고사리에 브라켄톡신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열에 매우 약하고 산과 알칼리에도 쉽게 분해돼 무침이나 산채비빔밥으로 먹을 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함 교수는 “실제 고사리를 삶아 쓴맛이 나는 부분을 우려내고 실험했더니 오히려 발암 억제 기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잎이 널찍한 게 특징인 곰치는 약용효과가 뛰어나다. 한방에서는 가래를 제거할 때 곰치를 처방한다. 기혈을 잘 돌게 하고, 기침과 통증을 멈춰 담을 삭이는 효과도 있다. 민간에서는 황달·고혈압·관절염 치료에도 쓰여왔다. 곰치는 연한 잎을 채취해 된장이나 고추장과 함께 쌈을 싸 먹으면 좋다. 특히 구운 고기와 함께 먹으면 항암 효과가 있고 고유한 향도 느낄 수 있다.



 곤드레는 큰 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하는 몸짓과 비슷해 붙여졌다. 맛이 부드럽고 향기가 없는 게 특징이다. 단백질·인·비타민A를 비롯한 무기질이 골고루 포함돼 있어 구황시절 비타민 보급원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혈액순환 개선·소염작용에도 좋다. 곤드레는 밥을 지어 양념장과 곁들어 비벼먹으면 일품이다.



 산마늘은 최근 주목받는 산나물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비교적 깊은 산속 나무 밑에 자란다. 지금 시기에 알뿌리가 생성되고, 그 주위로 널찍한 잎이 돋아나는데, 잎에 마늘향이 난다. 김 박사는 “피로회복에 좋아 몸이 나른해질 때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나물 또는 쌈으로 먹고 알처럼 생긴 부분은 기름에 볶거나 튀김을 해 먹어도 좋다. 마늘 냄새가 강하므로 살짝 데쳐 물에 헹궈 요리하면 좋다.



나물 캐러 나갈 땐 긴팔 옷, 등산화 갖춰야 안전



숲푸드를 직접 채취해 먹으면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등산을 하므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물을 캐며 숲의 음이온을 흡입해 스트레스 감소와 면역기능을 올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산나물을 캐러 가기 전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옻오름·벌레물림·베이거나 긁히는 사고가 빈번하다. 셔츠는 두꺼운 울소재를 입고 바지는 조금 큰 것으로 신축성이 있는 게 좋다. 긴 장화나 등산화를 신어야 습지나 물가에도 갈 수 있다.



 모자를 써 햇볕을 차단하고 벌레나 풀잎이 목에 들어가지 않게 수건으로 목을 감싼다. 장갑은 두꺼운 면장갑이 좋다.



 작은 낫과 비닐 봉지, 식물도감·야생초도감을 가져간다. 나물을 집에 가져오면 바로 다듬어 둬야 신선함이 오래간다. 비닐봉지에 담아 물을 조금 뿌리고 공기를 불어주면 이산화탄소가 들어가 보관 기관이 길어진다. 봉지는 부풀게 해 저장한다. 젖은 신문지에 싸 시원한 곳에 보관해도 좋다.



셰프 토니오가 제안하는 숲푸드 요리



●봄내음 향긋한 고사리 알리오 올리오




건고사리 100g, 마늘 4~5쪽, 스파게티면 150g, 베이컨 50g, 올리브유 1큰술양념장(올리고당, 올리브유 1작은술, 집 간장 1큰술, 참기름 1~2방울), 소금, 후춧가루 약간



1 건고사리를 데쳐 씁쓸한 맛을 뺀다.

2 스파게티면은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9~10분간 삶은 다음 체에 받친다.

3 중간 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유 1큰술을 두르고 칼 등으로 살짝 누른 마늘을 노릇하게 볶는다.

4 청양고추를 넣고 베이컨이 익을 정도로 볶는다.

5 고사리와 스파게티면을 넣고 강한 불에서 빠르게 볶는다. 재료가 고루 섞이면 양념장을 넣고 살짝 볶다가 소금·후춧가루로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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