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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나은 제도 없더라’ 곽노현 고교 선택제 딜레마

중앙일보 2012.03.26 03: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이 2013학년도 서울 시내 고교 선택제 개편 시한을 엿새 남겨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서울시교육청이 검토 중인 대안으로 모의 배정을 해본 결과, ‘학교 선택권을 축소하면 결국 고소득층만 유리해진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중3 학생의 고교 배정 방식을 매년 3월 말까지 발표해야 한다.


2가지 대안 모의배정 해보니

 곽 교육감은 2년 전 후보 시절 “고교 선택제가 학교 간 서열화를 심화시킨다”며 “당선되면 제도를 확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2010학년도부터 시행 중인 현재의 고교 선택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 학군에 관계없이 희망 고교를 지원할 수 있다. 강북구에 사는 중3 학생도 강남·서초·송파구의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호 학교에 학생들이 몰리는 탓에 학교 간 성적 차이가 심해지는 단점이 있다.





 곽 교육감이 검토 중인 대안은 두 가지다. A안은 고교 선택제 이전의 강제 배정 방식, 이른바 거주 학군 내 학교만을 대상으로 하는 ‘뺑뺑이(추첨)’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교조 등 곽 교육감의 핵심 지지세력이 주장하는 대안이다. B안은 A안과 현행 고교 선택제를 절충해 거주 학군과 인접 학군을 묶은 통합 학군 안에서 최대 5개 학교를 선택하는 방안이다. 곽 교육감과 교육청 내부에선 이 안을 적극 고려해왔다.



 하지만 이달 초 실시해본 모의배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현행 제도에 따라 지난해 말 고교 배정을 받았던 현재 고 1년생 7만2302명을 대상으로 했다. 서울시의회 정문진(새누리당) 의원이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모의 배정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A안대로 할 경우 학군에 따라 학급당 학생 수가 최대 13명까지 벌어졌다. 중부학군(종로·중부·용산구)은 학급당 학생 수가 42.4명인 반면 동작학군(동작·관악구)은 29.6명이었다. B안에서는 중학교 성적 상위 10% 학생들이 상위권 고교에 현재보다 더 많이 배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원율 상위 10개교와 하위 10개교를 비교하면 상위권 학생 비율이 현재 1%포인트 차에서 1.5~2%포인트로 커진 것이다.



 내부 보고서는 “두 가지 대안 모두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학교 선택권을 줄이면 고소득층은 이사나 위장전입 등의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녀를 원하는 학교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집 근처 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재 중3 학생을 대상으로 2~3회 추가 모의 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사실상 “올해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육감 역시 모의배정 결과를 보고받고는 추진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내년도 고교 배정 방안은 27일 고입전형위원회와 교육감 결제를 거쳐 30일 공시될 예정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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