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오바마 “북 상황 불안정 … 누가 영향력 가졌나 불확실”

중앙일보 2012.03.26 01:11 종합 3면 지면보기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 쌍안경으로 북측을 보는 모습을 따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광명성 3호’ 계획에 대해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25일 남북 비무장지대(DMZ)의 미군 부대를 다녀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가”란 질문에 답하면서다. 그는 우선 “김정은에 대한 어떤 인상을 제가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 상황은 아직까지도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누가 영향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북한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며 “북한 지도부와 상관없이 분명한 건 북한과 주민들을 완전히 막다른 골목으로 데려가고 있다는, 그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DMZ에서 본 풍경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북한 쪽을 봤을 때 50년 전을 보는 것 같다. 40~50년간 발전이 완전히 사라진 국가를 보는 것 같다. 만일 한 국가가 그 국민을 제대로 먹일 수 없다면, 또 사용할 수 있는 물자가 없다면, 또 무기 외엔 수출품목이 없다면, 그리고 그 무기라고 할지라도 최첨단이라고 볼 수 없는 게 유일한 수출품이라면, 또 지표로 봤을 때 국민의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라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아직 그런 결정까지 내린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어느 시점에선 북한 주민들이 이를 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기회가 있다. 그러한 결정을 선택했을 때 그 누구보다 우리가 북한의 선택을 환영할 것이다.”



 이 대통령도 김정은에 대해 “평가를 하기 힘들다. 조금 더 두고 봐야겠다”면서도 “처음엔 보다 개방적으로 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지 않겠는가, 기대했는데 이번에 그런 걸 봐서 조금 실망했지만 앞으로 더 기다리면서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세계 최강국도 혼자서는 서바이벌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결국 북한 정권을 위한 것이고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겨우 25m 떨어진 최전선 ‘오울렛’ 감시초소(OP)를 방문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2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DMZ엔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가 쌍안경으로 북한땅을 둘러보는 사이 정각 낮 12시가 되자 북쪽에서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북한이 전국적으로 울린 사이렌 소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사 소속 에드워드 테일러 중령으로부터 북한 사정을 들은 뒤 “최근 이곳에서 교전은 언제 있었나” “(인근 북한 땅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어디냐”고 물었다. 그가 초소에 머무른 시간은 10여 분간이었다.



 오울렛 초소로 가기 전엔 미군 헬기로 캠프 보니파스에 갔다. 50여 명의 미군 장병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와 번영이란 측면에서 남북한만큼 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곳은 없다”며 “여러분은 자유의 최전선(freedom’s frontier)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전에 나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군의 희생 덕분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두 차례 방한했지만 DMZ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캠프 보니파스(Camp Bonifas)=공동경비구역(JSA)의 미군 경비부대. 1976년 북한의 8·18 도끼만행 때 숨진 아서 G 보니파스 대위를 기념해 붙여진 이름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2010년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방문했다. 오울렛 초소는 6·25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다 전사한 고(故) 조셉 오울렛 일병의 이름에서 따왔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