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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김용 '세계은행 총재' 발탁 배경에는…

중앙일보 2012.03.26 01:07 종합 5면 지면보기
클린턴과 김용 그리고 가이트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가운데)을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직후 배석했던 힐러리


김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명한 데 대해 세계 각국에서 지지 표명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2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을 “고무적”이라며 “오바마의 결정은 세계은행 내에서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르완다 폴 카가메 대통령도 “김 총장은 아프리카의 진정한 친구”라며 “가난 퇴치에 앞장설 적임자”라고 환영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이 소식을 1면 주요 기사로 다룬 데 이어 사설에서도 “한국 태생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여겨 온 김 총장의 후보 지명은 그동안 백인 남성이 이끌어 온 세계은행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클린턴 부부와 가이트너가 밀었다
오바마, 첫 아시아계 발탁까지



 다음 달 25개국 이사회에서 결정되는 총재 선출과 관련해선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콜롬비아 전 재무장관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도 후보로 나섰다. 세 명의 후보가 경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은행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도전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이에 따라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아프리카·아시아·남미를 순방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세계은행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계은행은 주로 개도국의 도로·항만 건설 등 경제 개발에 차관을 지원했다. 한국이 대표적인 수혜국이다. 영동고속도로, 서울·부산·대구 지하철, 부산·묵호항 등도 세계은행 차관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최근엔 아프리카·중남미 최빈국의 질병·가난 퇴치로 세계은행 사업의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20여 년 동안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서 에이즈와 결핵 퇴치에 매진해 온 김 총장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오바마가 김 총장을 발탁한 것도 이 같은 전문성을 높이 산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1990년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악성 결핵이 창궐했을 때 세계보건기구(WHO)도 속수무책이었다. 치료제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의대 교수였던 그는 복제약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WHO는 자칫 결핵균의 내성만 키울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오리지널 치료제보다 95% 싼 복제약을 대량으로 들여와 결핵을 퇴치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2004년 WHO 에이즈국장에 취임한 그는 2005년까지 300만 명의 아프리카 빈민 환자에게 에이즈 치료제를 공급한다는 ‘3-5 계획’을 발표했다. 주변에선 ‘비현실적 탁상공론’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현재 그의 프로그램에 따라 700만 명의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가 치료받고 있다.



 김 총장의 발탁은 구호현장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김 총장은 하버드대 동창이자 아프리카·중남미 구호활동의 동지인 폴 파머 하버드대 교수와 아이티 가난 퇴치활동을 꾸준히 벌여 왔다. 파머는 클린턴과 친분이 있는 인도주의 활동가다. 오바마가 세계은행 총재 인선으로 고민하자 클린턴이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통해 김 총장을 오바마에게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김 총장을 만나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안한 사람은 클린턴 장관”이라며 “클린턴 장관과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김 총장 안을 강력하게 지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이트너는 다트머스대 출신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짐 킴(미국명)은 내 친구인 파머와 함께 아이티에서 페루·말라위까지 보건의료와 희망을 배달한 인물”이라며 “오바마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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